머무는 것

by 한진수 Poesy




밤하늘을 보아라

아이였던 날부터 별이 뜬 밤하늘과

사랑에 빠지지 않아 본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밤의 하늘은

절망에 빠진 이를 향해

인색하게 굴며 별빛을 아끼는 법이 없다


숲을 걸어 보아라

아이였던 날부터 숲의 지저귐과

낙엽 밟는 소리에 설레지 않아 본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따라서 꽃피는 숲길도

슬픔에 빠진 나그네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새소리를 멈추는 일 없다


죽은 이들이 대숲을 스치는 바람처럼

시원하게 웃거나, 또는 대숲 위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눈물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이가 어디 있는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아파하며 뉘우치는 자들이 모두 위로받을 때까지

파도는 다독이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린 시절 우리가 받은 사랑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에




















작가의 이전글어른들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