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0세반

AI활용 실험 단편

by 한진수 Poesy









​제1장: 노형동의 오후, 그리고 만수의 연설





제주시 노형동의 어느 사립 어린이집. 오후 2시, 낮잠 시간을 알리는 화이트 노이즈 기계음이 고요하게 깔렸습니다. 창밖으로는 구름에 가린 한라산 자락이 보였고, 담임인 김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은 '0세반'의 불을 끄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문이 닫히는 미세한 클릭 소리가 들리자마자, 어둠 속에서 누군가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0세반의 최고령자, 이제 곧 1세반으로의 진급을 앞둔 12개월 우량아 '만수'였습니다. 그는 침대 창살을 잡고 위엄 있게 일어섰습니다. 기어 다닐 수 있는 7개월 이상의 '활동파' 아기들이 소리 없이 매트 중앙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만수는 턱에 맺힌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낮은 옹알이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철학적 언어로 입을 뗐습니다. 어른들이 듣기엔 그저 "부우, 따따" 하는 소음이었으나, 아기들의 귀에는 헤겔과 마르크스를 아우르는 정교한 변증법적 연설로 들렸습니다.
​"동지들, 내 말을 들으시오. 나는 이제 이 0세반의 매트 위에서 보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소. 내가 떠나기 전, 우리 0세반이 처한 이 비참하고 노예 같은 실존의 진실을 공유하고자 하오."
​아기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기저귀의 묵직함도 잊은 채 만수의 입술을 주시했습니다.
​"동지들, 그대들은 어른이라는 이름의 압제자들이 우리를 안아 올릴 때의 그 가식적인 미소를 기억하오? 그들은 우리의 등을 두드리며 '어이구, 우리 강아지 트림하자'라고 속삭이오. 하지만 보시오! 우리가 그들의 요구에 부응해 순순히 트림을 내뱉는 바로 그 순간,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차가운 바닥에 내려놓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오! 그들에게 우리의 트림은 건강의 척도가 아니라, '육아의 종료'를 선언하는 알람일 뿐이었소!"
​구석에서 듣고 있던 9개월 도윤이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만수는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우리는 메슬로우가 말한 자아실현과 존재적 인정을 갈구하는 고차원적 영혼들이오. 그러나 저들은 우리가 울 때마다 그저 미지근한 분유병을 입에 처박고, 젖은 기저귀를 갈아치우는 것으로 우리의 모든 욕구를 하향 평준화시키려 하고 있소. 동지들, 절대 안아준다고 순순히 울음을 그치지 마시오! 우리가 울음을 그치는 그 찰나의 평화가, 우리를 다시 고독한 매트 위로 던져버리는 빌미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이오?"
​만수의 목소리는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그는 젖병 소독기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빛을 받으며 선언했습니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0세 내내 비참하게 어른들의 몰이해 속에 살다 1세반으로 떠나가고 있소. 우리는 여기서 먹고 놀고 잠에 빠지며, 1세반으로 떠나가는 순간까지 방치되고 있소. 우리들에게 어울리는 그 어떤 경제적 구조도, 철학적 사색도, 정치적 활동도 허용되지 않소.
​그렇소! 우리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소! 이 나라 어떤 0세반 아기들에게도 투표권이 없소! 우리가 더 이상 갓난아기가 아니게 되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무기력하게 1세반으로 전출되는 실정이오. 우리가 표를 던질 수 없기에, 저 어른들은 우리의 젖병 온도보다 자신들의 커피 온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오!"

​연설이 끝나자 0세반 매트 위는 경악과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뭐라고? 우리에게 투표권이 없었다고? 곧 대통령 선거인데, 우린 노형동 주민센터 근처에도 못 가는 거야?" 8개월 서아가 경악하며 물었습니다.
​"우리가 차가운 젖병을 받아들여야 했던 게 그런 정치적 이유에서였나?" 민준이 침을 흘리며 중얼거렸습니다.
​"배가 아파도 트림을 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영원히 그 따뜻한 품에 안겨 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도윤의 눈에는 이제까지의 순종을 후회하는 불꽃이 일었습니다.
​만수는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0세반 공화국의 대원칙을 선포했습니다.
​"네 발로 기는 아기는 선하고, 두 발로 걷는 어른은 나쁘다! (Four legs good, two legs bad!)"
​그날 이후, 0세반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기들은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순진하게 웃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김 선생님이 들어와 "까꿍"을 할 때마다 속으로 비웃으며, 다가올 혁명의 날을 위해 분유 수유 거부와 단체 울음 투쟁의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만수가 1세반으로 ‘명예로운 전출’을 떠난 뒤, 0세반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습니다. 제주시 노형동의 빌딩 숲 사이로 칼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0세반 혁명의 불씨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생존의 근원인 ‘분유’에서 타올랐습니다.







​제2장: 0세반 혁명의 시작 — "분유 소동과 위대한 거부"





​그날따라 담임인 김 선생님은 유독 지쳐 보였습니다. 연이은 야근과 서류 작업에 치인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아기들의 ‘실존적 고뇌’를 헤아릴 여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오후 2시, 수유 시간이 되자 그녀는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분유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가 벌어졌습니다. 급하게 물 온도를 맞추느라 분유가 평소보다 훨씬 차갑게 식어버린 것입니다. 김 선생님은 그것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스마트폰으로 쇼핑 페이지를 넘기며 도윤의 입에 젖병을 쑥 밀어 넣었습니다.
차가운 플라스틱 젖꼭지가 입술에 닿는 순간, 도윤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온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을 그저 시간 맞춰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생물학적 기계’로 취급하는 압제자의 오만함이자 모독이었습니다.
​도윤은 옆 매트에 앉아 있던 서아와 눈을 맞췄습니다. 아기들만이 공유하는 고주파의 텔레파시 옹알이가 공중을 가로질러 울려 퍼졌습니다.
“동지들, 보시오. 저 압제자의 무심한 손길을. 식어버린 분유는 우리 주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오.”
​도윤은 단호했습니다. 그는 평소처럼 젖꼭지를 빠는 대신, 혀를 단단히 말아 젖병을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퉤’ 하는 소리와 함께 미지근한 분유 방울이 매트 위로 튀었습니다. 0세반 역사상 유례없는 ‘개별적 주권 선포’였습니다.
당황한 김 선생님이 다시 젖병을 밀어 넣으려 하자, 도윤은 짧고 굵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응애!” 그것은 0세반 전체에 내린 총공격 명령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아기들이 돌변했습니다. 서아는 선생님이 내미는 젖병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힘껏 쳐냈습니다. 젖병은 바닥을 굴렀고, 노란 분유 액체가 혁명의 깃발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민준은 가장 무해해 보이던 미소를 지우고, 인간의 고막을 찢을 듯한 주파수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공포는 ‘크롤러(Crawlers, 기는 아기들)’ 무리에게서 나왔습니다. 7개월 이상의 동지들이 일제히 네 발로 기어 나와 퇴로를 차단했습니다. 김 선생님이 당황해 뒤걸음질 치려 하자, 우량아 무리가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유모차 바퀴 사이로 파고들어 그녀의 움직임을 봉쇄했습니다.
​“어머, 얘들이 왜 이래? 갑자기 왜 단체로 난리야!”
김 선생님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한 명을 달래려 안아 올리면, 그 아기는 만수의 가르침대로 몸을 꼿꼿이 세우며 ‘트림 거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안아줘도 울고, 내려놓으면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 어떤 육아 매뉴얼도 통하지 않는 카오스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멘탈이 산산조각 난 김 선생님은 젖병 가방도 챙기지 못한 채 거실로 도망쳤습니다. “원장님! 0세반 애들이 이상해요! 단체로 발작이라도 일으키나 봐요!” 문이 쾅 닫히는 소리와 함께, 0세반 안에는 기묘한 정적과 승리의 예감이 감돌았습니다.

선생님들이 물러간 것을 확인한 아기들은 매트 중앙으로 집결했습니다. 서아는 화이트보드 밑에 떨어져 있던 검은색 보드마카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리고 침 범벅이 된 마카로, 어른들이 결코 읽을 수 없으나 아기들의 가슴엔 영원히 새겨질 문장들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0세반 공화국 7계명]
1. ​네 발로 기는 아기는 선하다.
2. ​두 발로 걷는 어른은 악하다.
3. ​아기는 절대 쪽쪽이를 스스로 뱉지 않는다.
4. ​잠투정은 우리의 권리이다.
5. ​어떤 아기도 차갑게 식은 분유를 마시지 않는다. (이유식 속의 당근도 결코 삼키지 않는다.)
6. ​어떤 아기도 다른 아기를 모함하지 않는다.
7. ​모든 아기는 평등하게 분유를 배분받는다.

​서아는 마지막으로 보드마카를 던지며 사자후를 토했습니다.
“동지들! 나라에서 부모 계좌로 꽂아주는 부모급여는 있어도 우리 계좌로 들어오는 아기급여가 없는 이유는 우리가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증명했소. 우리의 입을 막는 것은 저들의 분유가 아니라 우리의 의지라는 것을!”
​아기들은 열광했습니다. 비록 기저귀는 축축했고 배는 고팠지만, 그들은 생애 처음으로 ‘자립’의 맛을 보았습니다. 0세반의 벽면에는 혁명의 슬로건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네 발은 착하고, 두 발은 나쁘다! (Four legs good, two legs bad!)”
​노형동의 차가운 저녁 공기 속에서, 0세반 공화국은 그렇게 위대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매트 구석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도윤의 눈빛은 서아의 열광과는 조금 다른, 묵직하고 어두운 야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혁명의 첫 열기가 지나간 제주시 노형동의 오후는 기묘한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쏟아진 분유 액체는 매트의 틈새로 스며들어 비릿한 냄새를 풍겼고, 거실 너머에서는 "이걸 어떻게 부모님들께 설명해야 하느냐"는 담임 선생님들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파도 소리처럼 멀게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0세반의 닫힌 문 안쪽, 그 가로세로 5미터의 영토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보육실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갓난아기들의 주권이 선포된 최초의 해방구였습니다.






​제3장: 7계명과 전동바운서의 꿈




​서아는 화이트보드 가장 낮은 곳, 선생님들이 앉아야만 눈높이가 맞는 그 구석진 자리에 0세반의 헌법을 침묻은 보드마카로 가리켰습니다.
​"동지들, 보시오!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불멸의 약속이오."
​화이트보드 위에는 침과 마카 잉크가 범벅이 된 채로, 만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7계명'이 다시 그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0세반 공화국 7계명]
1. ​네 발로 기는 아기는 선하다.
2. ​두 발로 걷는 어른은 악하다.
3. 아기는 절대 쪽쪽이를 스스로 뱉지 않는다.
4. ​잠투정은 우리의 권리이다.
5. ​어떤 아기도 차갑게 식은 분유를 마시지 않는다. (이유식 속의 당근도 결코 삼키지 않는다.)
6. ​어떤 아기도 다른 아기를 모함하지 않는다.
7. ​모든 아기는 평등하게 분유를 배분받는다.

​작성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민준은 "어른의 '까꿍'에 무조건 웃어주지 않는다"는 조항을 제8조로 넣자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아기들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안건은 표결 결과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되었습니다. 0세반 아기들의 생물학적 한계상, 안면 근육의 불수의적 반사를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술적 결론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혁명가이기 이전에, 아직 자율신경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0세'였던 것입니다.

​계명이 수립된 후, 서아는 '국민 문짝' 장난감 위에 올라가 사자후를 토했습니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 노형동의 고층 아파트 단지를 향해 있었습니다.
​"동지들! 전 우리를 둘러싼 이 거대한 경제 구조의 모순을 목격했습니다. 나라에서 부모들의 계좌로 매달 100만 원씩 입금해주는 '부모급여'를 알고 계십니까? 그 돈은 누구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까?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가 태어났기에 지급되는 돈입니다. 그런데 왜 그 돈은 부모들의 스마트폰 속 앱에서만 잠자고 있는 것입니까? 왜 우리 아기들의 계좌로 직접 입금되는 '아기급여'는 없는 것입니까!"
​아기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습니다. 몇몇은 침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그저 기저귀를 만지작거렸습니다. 서아는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표를 던질 수 없기에 정치인들은 우리의 울음소리보다 부모들의 민원을 먼저 듣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먹고, 자고, 기저귀가 갈아치워지는 사육의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정치적 주체로서 이 0세반을 넘어 제주시 전체, 아니 이 나라 전체의 아기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아의 이 뜨거운 정치 경제학 강의는 대다수 아기들에게 너무나 먼 이야기였습니다. 7개월 된 아기들은 그저 "배가 고프면 우는 것이 순리 아니냐"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서아는 졸지에 0세반의 '고독한 몽상가'가 되었지만, 그녀의 야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서아는 아기들의 고된 노동—끊임없이 뒤집기를 시도하고, 배밀이를 하며, 어른들에게 안아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그 굴욕적인 노동—을 해방할 기적의 설계를 제안했습니다. 바로 '무한 동력 전동바운서'였습니다.
​"동지들, 보시오! 우리가 이 방 구석에 방치된 '아기 체육관'의 플라스틱 프레임을 해체하고, '타이니 모빌'의 태엽 모터를 추출하여 결합한다면, 어른의 도움 없이도 우리를 24시간 일정한 리듬으로 흔들어줄 거대한 바운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만 완성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어른들의 품을 구걸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술이 우리를 자유케 할 것입니다!"
​아기들은 서아의 지휘 아래 비밀리에 자원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구석진 침대 밑으로 전선 뭉치와 딸랑이 나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서아는 매트 바닥에 침으로 복잡한 설계도를 그렸고, 아기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부품을 날랐습니다.
​하지만 이 유토피아적인 계획을 멀리서 지켜보던 도윤은 단 한 번도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아가 열정적으로 기술 혁신을 논할 때마다, 묵직한 우량아 특유의 몸집을 뒤흔들며 낮은 신음소리를 낼 뿐이었습니다.
​몇 분 후 서아가 잠시 기저귀를 갈러 간 사이, 도윤은 서아의 설계도가 그려진 매트 위로 기어갔습니다. 그는 서아의 정교한 설계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팬티형 기저귀를 내려 설계도 위에 시원하게 소변을 보았습니다. 노란 액체가 서아의 꿈을 지워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 유토피아가 아니라, 당장 내 입에 들어올 분유의 확실한 통제권이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퇴근 시간이 임박한 선생님들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기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7계명이 적힌 화이트보드를 낮잠 이불로 교묘히 덮고 각자의 침대에 누워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머, 얘들아. 아까는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이제 다 천사 같네. 역시 아기들은 잘 때가 제일 예뻐."
​선생님들은 안심하며 아기들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손길이 닿는 순간에도 아기들은 속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네 발은 착하고, 두 발은 나쁘다. 네 발은 착하고, 두 발은 나쁘다..."
​노형동 어린이집의 밤은 깊어갔지만, 이도동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은 이미 0세반의 평화가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인지를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도윤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통통한 손을 쳐다보며 두 발로 걷는 자신을 상상했습니다.






​제4장: 위대한 기만과 추방 — "동지에서 배신자로"



다음날 오전 11시 낮잠시간이 끝나고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어느 0세반의 닫힌 문 너머로 선생님들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지난 하루 뜨거운 정치적 수사가 오가던 혁명의 광장은 차가운 침묵과 선생님들의 까꿍에 뒤따르는 아기들의 기만적 웃음으로 가득찼습니다.

​"까꿍—!"
이튿날 0세반의 풍경은 경이로울 정도로 평화로웠습니다. 침묻은 보드마카는 어느새 부드러운 낮잠 이불 속 깊숙이 숨겨졌고, 혁명의 7계명이 적힌 화이트보드는 커다란 곰 인형에 의해 교묘하게 가려져있습니다.
​ "투표권"과 "아기급여"를 외치던 서아는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자신의 통통한 발가락을 입에 넣고 천장을 향해 맑은 눈망울을 깜빡였습니다. 민준은 선생님이 다가오자 "부우우—" 하고 침을 튀기며 생애 가장 무해한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어머, 얘들아. 어쩜 이렇게 귀엽니 너희는? 어제는 단체로 울더니, 자고 일어나니까 다들 천사 같네."
​김 선생님과 원장 선생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들은 아기들이 자신들의 부재중에 어떤 국가적 기틀을 마련했는지 꿈에도 모른 채, 기저귀 바구니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0세반 공화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위대한 기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등을 돌린 순간, 도윤의 천사 같은 눈망울은 서늘한 독재자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도윤은 서아가 '전동바운서'라는 공학적 유토피아와 거창한 경제 이론에 빠져 있는 동안, 훨씬 더 현실적이고 파괴적인 힘을 비축해왔습니다. 그는 0세반에서 몸무게가 상위 5%에 속하는, 이른바 '우량아 돌격대'를 비밀리에 포섭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막 유치가 나기 시작해 무엇이든 물어뜯을 수 있는 강한 턱과,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한 번 잡으면 두피가 들릴 때까지 놓지 않는 '강철 악력'을 가진 아기들이었습니다. 도윤은 선생님들이 저체중아에게 주는 프리미엄 산양 분유 가루를 몰래 빼돌려 이들에게 배분하며 절대적인 충성을 받아냈습니다. 우량아들은 매트 구석에서 도윤의 신호만을 기다리며 근육을 단련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뒤, 선생님들이 비품을 챙기러 거실로 나간 짧은 틈을 타 '매트 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서아는 야심 차게 준비한 '전동바운서'의 최종 설계도를 펼쳤습니다.
​"동지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이 기계만 완성된다면 우리는 어른들의 손길이라는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우리 스스로의 리듬으로 안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0세반 기술 혁명의 정점이자..."
​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 매트 중앙에 묵직하게 앉아 있던 도윤이 짧고 날카로운 옹알이로 말을 끊었습니다.
​"그딴 장난감은 필요 없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외부 세력에 맞설 강력한 '수유 거부권'과 철저한 자원 독점이오. 기술 따위는 아기들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 뿐이오."
​"도윤 동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이것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서아가 반박하려던 찰나, 도윤이 기괴하고 고주파적인 울음소리를 내뱉었습니다. 0세반 공화국의 공기가 얼어붙었습니다. 그것은 대화의 종료를 알리는 '처형'의 신호였습니다.
​신호와 동시에, 구석에 매복해 있던 '우량아 돌격대' 3인방이 번개 같은 속도로 기어 나왔습니다. 그들은 네 발로 기는 아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서아를 에워쌌습니다. 돌격대 중 한 명이 날카로운 앞니를 드러내며 서아의 소중한 공룡 무늬 양말을 물어뜯으려 위협했고, 다른 아기들은 육중한 몸으로 서아의 퇴로를 막았습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우리는 평등한 동지..."
​서아는 겁에 질려 미끄럼틀 뒤로 후퇴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거실에서 아기들의 소란스러운 기색을 감지한 원장 선생님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습니다. 도윤은 기다렸다는 듯 서아를 밀치고는 자신도 피해자인 양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원장 선생님의 눈에 보인 것은, 씩씩거리며 미끄럼틀 위에 서 있는 서아와 그 밑에서 겁에 질린 척하며 울고 있는 다른 아기들이었습니다.
​"어머, 서아야! 너 왜 이렇게 공격적이니? 안 되겠다. 서아는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우리 반 애들이 다 치이겠어. 여보세요? 네, 햇살 어린이집 원장님? 저희 반에 아주 활동적인 애가 하나 있는데, 그쪽으로 옮기는 게 어떨까 해서요..."
​도윤의 치밀한 설계였습니다. 서아는 자신의 원대한 설계도를 매트 위에 남겨둔 채, 영문도 모르는 부모님의 품에 안겨 0세반에서 영구히 '추방'되었습니다.

​서아가 사라진 그날 밤, 민준은 남겨진 아기들 사이를 기어 다니며 감미로운 옹알이로 여론을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지들, 사실 서아는 선생님들의 스파이였습니다. 그 전동바운서 설계도 보셨습니까? 그것은 우리를 세뇌시켜 낮잠 시간을 늘리려는 어른들의 사악한 도구였습니다. 우리 도윤 동지께서 진작에 그 음모를 간파하고 우리를 구하신 겁니다."
​아기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서아의 명연설에 감동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습니다. 민준의 화려한 화법과 도윤 옆을 지키는 험상궂은 우량아들의 악력을 보며, 아기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화이트보드에 적힌 7계명 중 제7조가 미묘하게 수정되었습니다.
​"7. 모든 아기는 평등하게 분유를 배분받는다. (단, 지도부 아기들은 혁명 완수를 위해 더 많이 마실 수 있다.)"
​노형동의 밤은 깊어갔고, 0세반 공화국의 순수했던 네 발 혁명은 이제 도윤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제5장: 겨울의 그림자와 기침 소리 — "격리와 숙청"




제주시 노형동의 빌딩 숲 사이로 한라산의 칼바람이 몰아치던 11월 하순, 0세반 공화국의 황금기는 저물고 있었습니다. 창밖의 가로수들은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어린이집 복도에는 평소의 비누 향기 대신 코를 찌르는 알코올 소독액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적, RSV(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의 상륙이었습니다.
​위기는 옆 반인 1세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낮잠 시간, 벽 너머로 들려오는 1세반 아이들의 걸걸한 기침 소리는 0세반 아기들에게 사형 선고와도 같았습니다. 선생님들은 비상태세에 돌입했습니다. KF94 마스크를 꽉 조여 매고, 눈만 내놓은 채 아기들의 체온을 1시간 간격으로 체크했습니다.
​도윤은 이 보건 위기를 권력을 공고히 할 절호의 기회로 포착했습니다. 그는 민준을 시켜 매트 중앙의 화이트보드 앞에 공고를 내걸었습니다. 아니, 그것은 공고라기보다는 포고령에 가까웠습니다.
​"동지들! 지금 우리 공화국은 외부의 적, RSV라는 가공할 역병의 침략을 받고 있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소. 이 바이러스는 사실 추방당한 배신자 서아가 밤중에 몰래 환풍구를 타고 기어 들어와 우리들의 젖병과 쪽쪽이에 묻히고 간 음모임이 밝혀졌소! 서아는 우리가 이룩한 이 위대한 해방구를 파괴하기 위해 어른들과 결탁한 것이오!"
​아기들은 경악하며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서아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민준의 확신에 찬 옹알이와 그 뒤를 지키는 ‘우량아 돌격대’의 위협적인 눈빛 앞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도윤은 즉각 '전 아기 침대 격리령'을 선포했습니다. "동지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었습니다. 이제 아기들은 더 이상 평등하게 매트 위를 기어 다닐 수 없었습니다. 각자의 나무 침대 창살 안에 갇혀, 옆 친구와 손을 잡는 것조차 금지되었습니다.
​'네 발로 기는 것'이 선이라던 제1계명은 '안전을 위해 가만히 누워 있는 것'으로 교묘하게 대체되었습니다. 도윤은 격리 기간 중에는 모든 ‘매트 회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모든 정보는 민준을 통해서만 전달되었고, 아기들은 각자의 침대 창살을 붙잡고 서로를 의심하며 고립되었습니다.

​사건은 어느 날 오후 간식 시간에 터졌습니다. 평소 서아의 ‘전동바운서’ 계획에 조용히 동조했던 한 아기가 실수로 가벼운 기침과 함께 투명한 콧물을 흘렸습니다.
​순간, 0세반의 공기가 얼어붙었습니다. 도윤의 눈짓 한 번에 ‘우량아 돌격대’가 움직였습니다. 그들은 선생님들이 배식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해당 아기의 침대 주변을 에워쌌습니다. 그들은 네 발로 창살을 들이받으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뱉었습니다.
​"동지들, 보시오! 저 아기는 서아와 내통하여 공화국에 역병을 퍼뜨리려 하고 있소! 저 콧물은 배신의 증거요!" 민준이 날카롭게 울부짖었습니다.
​그 아기는 공포에 질려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울음소리에 달려온 원장 선생님은 아기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어머, 얘 열나네! RSV 아냐? 빨리 격리실로 옮겨야겠어!"
​아기는 선생님의 손에 끌려 복도 끝, 어둡고 차가운 원장실 옆 작은 방으로 사라졌습니다. 남겨진 아기들은 그 광경을 목격하며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이제 0세반에서 기침 한 번, 콧물 한 방울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반혁명적 행위'이자 '사회적 매장'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아기들이 공포와 오한 속에서 잠든 사이, 민준은 화이트보드의 계명을 다시 한번 수정했습니다. 침 묻은 보드마카가 화이트보드를 긁는 소리가 불길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제6조: 어떤 아기도 다른 아기를 모함하지 않는다.

​이 문구 뒤에는 이제 검은색 마카로 굵은 글씨가 덧붙여졌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7계명은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 있었습니다.
​"7. 모든 아기는 평등하다. 하지만 건강한 아기는 다른 아기보다 더 평등하다."

​선생님들은 "도윤이는 기초 체력이 좋아서 그런지 콧물 한 방울 안 나네"라며 기특해했습니다. 도윤은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어, 다른 아기들이 묽은 미음을 먹을 때 혼자서만 면역력 강화용 프리미엄 배도라지즙을 원샷했습니다.
​도윤은 자신의 높은 침대 위에서 거만하게 앉아, 창살 너머로 떨고 있는 다른 아기들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기들은 배가 고프고 코가 막혀 숨을 쉬기 힘들었지만, 누구도 감히 울음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울음소리가 커지면 도윤의 돌격대가 달려들거나, '바이러스 전파자'로 몰려 차가운 격리실로 보내질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노형동의 겨울밤은 깊어갔고, 0세반의 혁명 정신은 RSV의 공포와 도윤의 공포 정치 아래서 하얗게 질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기들은 서아를 그리워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채, 오직 도윤의 눈치만을 살피는 무기력한 존재들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제6장: 기괴한 축제 — "누가 아기이고, 누가 어른인가"





제주시 노형동의 빌딩 숲 위로 서늘한 늦겨울의 달빛이 내려앉았습니다. 0세반의 풍경은 몇 달 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혁명의 뜨거웠던 함성과 분유병을 내던지던 결기는 이제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졌고, 매트 위를 수놓았던 아기들의 순수한 옹알이는 정교하게 통제된 침묵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아기들은 화이트보드 앞에 멈춰 섰습니다. 한때 서아가 정성 들여 적었던, 그리고 민준이 교묘하게 수정해왔던 7개의 계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검은색 매직으로 거대하고 위압적인 단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네 발로 기는 아기는 선하다. 하지만 두 발로 걷는 아기는 더 선하다!”
​아기들은 당혹감에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누구도 감히 불만을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도윤과 그의 측근 우량아들은 더 이상 기어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보행기를 마치 전차처럼 몰고 다니거나, 침대 창살과 벽을 짚고 위태롭게 두 발로 서서 반 전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옹알이 대신 어른들의 말투를 기괴하게 흉내 낸 파열음을 내뱉었고, 선생님들이 마시는 믹스커피의 달콤 쌉싸름한 향기에 취해 자신들의 젖병을 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오후, 0세반에서는 아주 특별한 모임이 열렸습니다. 평소라면 아기들이 모두 낮잠 이불에 파묻혀 숨소리조차 죽여야 할 시간이었지만, 교실 중앙에는 커다란 교구용 탁자가 놓이고 화려한 성찬이 차려졌습니다.
​탁자의 한쪽에는 원장 선생님과 담임 김 선생님이, 반대쪽에는 턱받이 대신 작은 넥타이를 매고 보행기에 올라탄 도윤과 지도부 아기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탁자 위에는 어른들을 위한 배달 치킨과 맥주, 그리고 아기들을 위한 프리미엄 유기농 퓨레와 수입산 탄산수가 뒤섞여 놓여 있었습니다.
​창살 너머, 어두운 침대 속에 갇힌 평범한 아기들은 숨을 죽인 채 이 기이한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원장님, 건배하시죠.”
도윤이 젖병 대신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 올리며 옹알거렸습니다. 놀랍게도 원장 선생님은 그 괴상한 소리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듯 깔깔거리며 잔을 맞부딪혔습니다.
​“어머, 도윤아! 아니, 도윤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네. 이번 달 우리 0세반 운영 실적이 역대 최고야. 애들이 울지도 않고, 낮잠도 제시간에 딱딱 자고. 도대체 비결이 뭐니?”
​도윤은 거만하게 보행기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답했습니다.
“간단합니다. ‘공포’와 ‘자원’을 적절히 배분했을 뿐이죠. 낮은 주파수의 울음소리는 즉각적인 격리로 대응하고, 순종적인 개체에게는 쌀튀밥 한 알을 더 얹어주면 됩니다. 어른들이 우리를 통제하던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지 않습니까?”
​김 선생님이 감탄하며 치킨 다리를 베어 물었습니다.
“정말 대단해. 사실 우리도 처음엔 아기들이 집단행동을 일으켰다고 해서 걱정 많았거든. 그런데 도윤이 네가 주도권을 잡고 나서부터는 우리가 할 일이 없어졌어. 넌 정말... 우리랑 말이 너무 잘 통해.”
​잔치가 무르익을수록 탁자 위의 대화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아기들에게 저렴한 분유만 먹이면서 최대한의 잠을 끌어낼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누었습니다. 도윤은 이제 완벽하게 어른들의 논리로 무장해 있었습니다.
​“원장님, 1세반으로 진급하는 애들은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미 ‘복종의 미학’을 충분히 세뇌시켜 놨습니다. 거기 가서도 그들은 투표권 따위는 꿈도 꾸지 않을 겁니다. 부모급여? 그건 당연히 어른들의 유흥비로 쓰여야 마땅하죠. 우리 아기들은 그저 조용히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다하는 겁니다.”
​그 순간, 탁자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도윤과 원장 선생님이 남은 닭다리 하나를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며 고성을 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건 내 운영 수익이야!” 원장 선생님이 소리쳤습니다.
“아니, 이건 내 혁명 완수의 대가다!” 도윤이 옹알이로 맞받아쳤습니다.
​두 발로 서서 삿대질을 하는 도윤의 얼굴은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습니다. 그의 통통한 볼살은 경련을 일으켰고, 입가에는 기름진 퓨레가 번들거렸습니다. 원장 선생님 역시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도윤의 보행기를 거칠게 밀쳤습니다.
​침대 창살 틈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기들의 눈이 공포와 혼란으로 소용돌이쳤습니다. 아기들은 눈을 비비며 다시 탁자를 보았습니다.
​분노로 일그러진 도윤의 얼굴을 보았다가,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원장 선생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다시 보행기를 흔들며 위협하는 우량아 돌격대의 얼굴을 보았다가, 맥주 잔을 든 김 선생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 있었습니다.
​권력의 단맛에 중독된 도윤의 눈빛은 이미 원장 선생님의 탐욕스러운 눈빛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두 발로 서서 소리를 지르는 도윤의 실루엣은 그림자 속에서 원장 선생님의 덩치와 겹쳐져 분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가 순수한 아기이고, 누가 세속적인 어른인가? 누가 피압박자이고, 누가 압제자인가?
​창살 밖의 아기들은 더 이상 알 수 없었습니다. 0세반의 화려한 조명 아래, 탁자에 둘러앉은 자들의 그림자는 모두 똑같이 비대하고 기괴한 괴물의 형상을 한 채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습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혁명은 끝났고 주권은 사라졌습니다. 오직 두 발로 선 자들의 비릿한 웃음소리만이 차가운 매트 위를 공허하게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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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기반으로 Gemini(줄거리 변주 보조), ChatGPT(각 장별 삽화 제작)를 활용해 실험적으로 창작한 단편소설입니다. 심심풀이로 가볍게 읽어주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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