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열쇠
모두가 잠들어가는,
모처럼 기분 좋게 달렸지만
피곤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새벽
이영훈의 옛사랑을 흥얼거리며
돌아오는 길
문 앞에서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른다
식은 땀을 흘리며 자꾸만
익숙한 몸의 구석구석을 더듬어도
너무나 익숙하다고 믿었던
네가 없다 결코 내 곁을
떠나지 못할 거라 믿었던
네가 없다 가만히 웅크린 채
평온한 등불을 켜고 나를 기다리는
저 안의 세계처럼
내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뒤돌아보지 않고 저 어두운 생의 손잡이를
열고 닫아줄 거라고만 생각했던
네가, 네 작은 몸이 없다
텅 빈 벽처럼 문 앞에 서서
공포에 떠는 이
깊은 밤
** 2011년 가을에 세상에 나왔던 시집. '문 앞에서'.
대다수 시집의 운명이 그렇듯이
지금은 절판되어 나조차도 구할 수 없는 책.
그 시집의 표제시이자 서시 격인 시였습니다.
대학생 때 자취하던 월세 반지하집.
벗들과 오붓하게 시작했던 술자리는 늘 불콰한 낯빛이 될 때까지 이어졌었고
문 앞에서 그 작은 열쇠가 없어 계단에 쪼그려 앉아 추워 떨던 그 시절,
그 이야기.
손터치로 너무 쉽게 열리는, 번호키 열쇠가 장악해 버린
문 앞에서... 아직도 나는 호주머니의 그 작은 열쇠를 확인하는 버릇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사진출처]: Pixabay 무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