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이 별에서 내가 반한 문장(영화)

by 이창훈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 영화 '화양연화' --






화양연화 花樣年華

-이창훈



그 꽃이 어디서 피기 시작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 돌이 어디서 솟아올라 섬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 샘이 어디서 은은히 고여와 맑은 눈물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저 바람은 멀고 먼 과거로부터 불어왔지만

오래된 미래를 거슬러

여기로 불어오기도 했을 터


눈 멀지 않고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들을 동경했던 시절이 분명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시간은

무섭도록 일직선으로 이 생을 통과할 것이다


그것이 어디인지 누구나 말할 순 있어도

분명한 종점은 아닐 것이다


사라진다는 것

시간의 입술이 끝내 입맞춤하는 것들이

지는 꽃

침묵하는 돌

피가 흐르지 않는 몸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뒤늦게 알겠지만


어쩌면 적멸이 아닌

소멸을 향해

소멸이 결코 영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것이 바로

이 생이 가는 길이라해도


어딘가를 그리고

어딘가로 가려하고

누군가와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이별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와 지그시 만나

한 마음 지순히 내어주는


매순간 그런

찰나를 단 한 번의 순간으로 산다면

살아낼 수 있다면


빛나는 햇살 한 줌

부드러운 재처럼 내려와

시간이 입맞춤한

침묵의 생을

따스하게 피돌기 할 것이다


그곳 그 자리

온통 그리움의 땅으로

꽃들 피고 지리라

섬들 물 위로 솟아나리라

샘들 고이지 않고 흐르고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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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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