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별에서의 이별의 시
-이창훈
이별은 누구에게나
푸른 멍으로 새겨진 아픈 말이지만
자꾸만 나에게는
이 별, 이렇게 들린다
헤어짐의 거리만큼
두 음절의 행간에 여백을 주고
이 별
이렇게 떨어뜨려 읽으면, 왠지
슬프지가 않다 왠지 따스해 진다
누구나 이 별에서
눈맞추며 손잡고 뽀뽀하고 껴안고
한없이 사랑하다
누구나 이 별에서
애타게 못 만나고 엇갈리고 또
만나서 질투하고 싸우고
한없이 울다
이 별 아래서
이별한다, 그리고는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이 별 아래서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이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별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나는 저 별을 꿈꾸지 않는다
☀☀
이별을 해 본 사람은 압니다.
'이별'하고 말하는 순간, 빗금을 그으며
가슴 깊이 새겨지는 비수의 상처를.
오랜 시간이 흘러 아문 줄만 알았던
그 상처가 자꾸만 욱신거리다
내 영혼에 푸른 멍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쩌지 못한 채 이별을 당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럴 때면
이별을 '이 별'.
이렇게 두 음절의 행간을 떨어뜨려
소리내어 읽어 보십시오.
당신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난 곳도
이 별이었고
당신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그 사람의 입술에 입맞추고
그 사람의 몸에 당신의 몸을 포갠 곳도
이 별이었습니다.
물론
당신이 그 사람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의 마음과 엇갈려 고통스러워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그 사람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려
당신이 그 사람을 보내야만 했던 그 곳도
이 별이었습니다.
사랑의 환희와 고통, 너와 나의 만남과 헤어짐.
그 모든 순간들이
이 지구별에 온 당신이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빛났고 빛나고 빛날 것입니다.
이 별에 온 우리에게 어쩌면
이별은 당연한 하나의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지구별에
왜 왔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나나 당신이나
우리는 모두
이 말을 두 음절에 행간을 띄고
소리내어 깊은 밤에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