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훈 May 21. 2021

이별, 이 별

-- 이 별에서의 이별의 시

'이별, 이 별' 中에서 , 이 별에서의 이별의 시, by 라산스카




이별, 이 별            

                                    -이창훈



이별은 누구에게나

푸른 멍으로 새겨진 아픈 말이지만

자꾸만 나에게는

이 별, 이렇게 들린다    


헤어짐의 거리만큼

두 음절의 행간에 여백을 주고    


이 별    


이렇게 떨어뜨려 읽으면, 왠지

슬프지가 않다 왠지 따스해 진다    


누구나 이 별에서

눈맞추며 손잡고 뽀뽀하고 껴안고

한없이 사랑하다    


누구나 이 별에서

애타게 못 만나고 엇갈리고 또

만나서 질투하고 싸우고

한없이 울다    


이 별 아래서

이별한다, 그리고는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이 별 아래서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이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별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나는 저 별을 꿈꾸지 않는다





☀☀

이별을 해 본 사람은 압니다.

'이별'하고 말하는 순간, 빗금을 그으며

가슴 깊이 새겨지는 비수의 상처를.


오랜 시간이 흘러 아문 줄만 알았던

그 상처가 자꾸만 욱신거리다

내 영혼에 푸른 멍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쩌지 못한 채 이별을 당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럴 때면

이별을 '이  별'.

이렇게 두 음절의 행간을 떨어뜨려

소리내어 읽어 보십시오.


당신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난 곳도

이 별이었고

당신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그 사람의 입술에 입맞추고

그 사람의 몸에 당신의 몸을 포갠 곳도

이 별이었습니다.


물론

당신이 그 사람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의 마음과 엇갈려 고통스러워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그 사람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려

당신이 그 사람을 보내야만 했던 그 곳도

이 별이었습니다.


사랑의 환희와 고통, 너와 나의 만남과 헤어짐.

그 모든 순간들이

이 지구별에 온 당신이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빛났고 빛나고 빛날 것입니다.


이 별에 온 우리에게 어쩌면

이별은 당연한 하나의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지구별에

왜 왔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나나 당신이나

우리는 모두


이 별에 사랑하려고 왔다.


이 말을 두 음절에 행간을 띄고

소리내어 깊은 밤에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기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