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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May 21. 2021

기적

-- 브런치로 읽는 일용할 양詩(봄) --

기적

               -이숙희



세상은 다시 봄

세상을 다시 봄





 아무리 춥고 시리고 아파도... 겨울은, 봄이라는 희망의 예감 때문에 견딜 수 있는 시간일 겁니다. 버틸 수 있는 시절일 겁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다가오는 봄은 정녕 봄이었는지요? 그저 일없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한없이 웅크려 보냈던 겨울, 그 뒤에 오던 습관적인 시간은 아니었던가요?  

    

어느 시인의 말대로 '기다려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오는' 게 봄이고, 봄날입니다. 


 그렇듯 언제나 시간의 흐름 따라 이 세상엔 다시 봄이 왔었고, 오고, 또 오겠지요. 그렇지만, 어김없이 오는 봄 앞에서 과연 세상을 다시 들여다 보는 그런 지혜의 순간을 나는 가져본 적이 있었나? 하고 뒤돌아 보면... 휴우~ 아프지만 없었네요, 없었습니다.     


 쾅~ 문을 닫아 걸고 방문을 잠근 채 그저 유리창을 내다보며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자에게 그저 봄은 그 흔한 봄일 뿐. 결코 ‘다시 봄’은 아니겠지요.     


 얼어붙은 동토(凍土)의 길을 걷고 걸으며 오래 앓고 아파한 사람, 그 아리고 쓰린 고통의 계절을 꽉 껴안고는 끝끝내 버티고 이겨낸 사람에게만 봄은 ‘다시 봄’이겠지요. 그럴 때 그 봄은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사랑의 눈을 그 사람에게 주겠지요.      


--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사랑의 눈 --



 이미 지나간 봄을 생각하며 음미해 보시라고... 이미 선뜻 다가 온 혹한의 겨울에 다시 봄을 꿈꾸어 보시라고... 오래 전 제 비망록에 적어 둔 시를 꺼내 읽어 보았습니다. 두고 두고 보고 또 되새김질해 온 시이건만 아직 저는 ‘다시 봄’을 맞은 적이 없습니다.      


 추운 겨울 지나 다시 올 봄날     

 당신은 꼭 그런 봄을 맞으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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