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별에서의 사랑의 시
-이창훈
너를 향해 세웠던 날이
닳아 간다는 건
너와 맞댄 시간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 간다는 것
서로 알아가는 일들이
앓아가는 일들을 거쳐
서로를 보며
고개 끄덕이는 일이 되는 것
닳아 가는 건
조금씩 닮아 가는 것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곁에서
점점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
☀☀
닳고 닳은 사이란 좋은 말입니다.
날카롭던 날이 닳듯이
나와 네가 맞댄 시간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닳아가는 세월만큼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앓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는 그렇게 맞닿은 사람이 있나요?
당신에게는 그렇게 닳고 닳아 점점 더 닮아 가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게 점점 더 사랑하게 된 사람이 있나요?
아픔을 피하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아프지만 맞대야 하는 게 사랑이지요.
아프지만 당신에게는 그렇게 닳고픈 사람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