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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May 21. 2021

닳다

-- 이 별에서의 사랑의 시

'닳다' 中에서, 이 별에서의 사랑의 시, by 라산스카




닳다

                                        -이창훈


너를 향해 세웠던 날이

닳아 간다는 건


너와 맞댄 시간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 간다는 것


서로 알아가는 일들이

앓아가는 일들을 거쳐

서로를 보며

고개 끄덕이는 일이 되는 것


닳아 가는 건

조금씩 닮아 가는 것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곁에서

점점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





☀☀
닳고 닳은 사이란 좋은 말입니다.


날카롭던 날이 닳듯이

나와 네가 맞댄 시간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닳아가는 세월만큼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앓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닳아간다는 건

조금씩 닮아가는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그렇게 맞닿은 사람이 있나요?

당신에게는 그렇게 닳고 닳아 점점 더 닮아 가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게 점점 더 사랑하게 된 사람이 있나요?


아픔을 피하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아프지만 맞대야 하는 게 사랑이지요.

아프지만 당신에게는 그렇게 닳고픈 사람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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