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고 외운다는 것

이 별에서 내가 반한 문장

by 이창훈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꼭 외워두라.

- - 데일 카네기 --






어김없는 봄, 봄날의 도래처럼

새학년이 시작되고 새롭게 만나는 수십, 수백 명의 아이들.


새학기가 한 달 즈음 지난 후면

어김없이 와서 묻곤 한다.


"샘, 제 이름이 뭔지 아세요?"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이야 매일 아등바등 거리며 마주치기에

얼굴과 이름을 빨리 외우고 부르지만...

문제는 일 주일에 세 번 정도, 수업으로 만나는 다른 반의 수십에서 이백 명에 가까운 아이들.


이름을 외운 아이가 찾아와 물을 때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000", 그 이름을 천천히 부른다.

아직 이름을 외우지 못한 아이가 찾아와 물을 땐

부끄러운 표정을 하고 두 손 모아 합장한 채

"아직 그대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외워서 다음 번엔 꼭 이름을 부를게."라고 말하곤 한다.


꽃(이름).jpg - '꽃 핀 존재가 비로소 얼굴을 드러낸다', Pixabay 무료이미지 -



저 어린 벗들의 나이대에 나는 남중, 남고를 관통해 왔다.

툭~ 하면 '야~', '야, 너~', '거기~'... 아니면 간편한 숫자 기호(번호)로 아이들이 불리던 시절.

'있음 그 자체'로 존중받거나 사랑받기보다는

'있는 능력이나 기능'으로 인정받고 평가받는 데 익숙했기에 그런 부름은 어쩌면 적절한 호칭(?)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중에서 학업성취가 뛰어났던 우등한 학생들과 아예 엇나가는 꼴통 문제아들은, 그들의 고유한 이름으로 샘들의 부름을 자주 받곤 했다. 다정하거나 혹은 험악하게...


누군가의 이름이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람과 마주치고 그 사람과 관계맺는 타인들에게

그 이름은 그 사람 고유의 실존으로 다가설 수 밖에 없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

저만치 멀리 핀 들꽃같은 그, 그녀, 그네들에게

조금씩 눈을 맞추며 내가 다가선다는 말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

부르는 나를 통해

꽃 핀 너의 존재가 비로소 얼굴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외웠던 이름을 금방 까먹기도 한다.

졸업한 어린 벗들이 찾아왔을 때 이름을 몰라 당황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진짜 미안함에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다시 한때 다정히 불렀던 그 이름들을 다시 복기하고 외워두려고 노력한다.


모든 것이 효율과 기능적인 유용성만으로 인정받고 평가받는

이 쓸쓸한 세상이라는 학교에서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

이름을 부르며 마주쳐 어떤 사건을 만든다는 건

작지만 가장 소중한 사랑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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