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短想), 단상(斷想)들 (11)
시인이 조롱받는 시대라는 것을 시인해야만 하는 시대다. 한때
시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으로서 이 끄덕거림은 왠지
불편하고 불쾌하다.
그러나 시를 쓰거나 시를 쓰지 못한다고 해서 이 불편한 시대를
긍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다고 시가 위대한 예술이라고
해바라기할 생각 역시 전혀 없다.
나의 시는 늘 무력했으므로... 무용(無用)했으므로... 그 무력함과
쓸모없음이 오히려 시를 존재하게 했다고 감히 생각해볼 뿐이다.
시인은 뒤를 뒤돌아보지 않는 과격한 시대에 매우 무력한 사람들이지만...
이 괴로운 시대를 괴롭다고 시인할 줄 아는 거의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나는 시인을 믿는다. 아마 시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