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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Dec 31. 2022

독작, 내 안의 종소리

이 별에서 쓴 사랑과 그리움의 시

독작, 내 안의 종소리 

                                                        -이창훈




1.
밤은 아주 길다. 길었다.
불면의 밤.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들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



2.
전원을 꺼버린 방
자발적 정전.
이 짧은 시간의 평화
음악이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다



3.
서랍에 갇혀있던 작은 상자
꺼낸다. 마른 장작같은
성냥. 성냥이라니.

캄캄한 어둠에 성냥 하나 켜는 일
혁명
둥근 초에 불을 당긴다

환하다
순간 내 마음 깊은 곳
누군가 밝힌 램프



4.
혼자 먹는 술
독작

이태백은 달을 보며
나는 일렁이는 촛불을 보며

시를 본다
시를 읽는다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독백들
낯선가? 아니 낯익은
얼굴



5.
혼자가는 먼 집.
가히 시의 집이라 부를만한
시들.

킥킥거리며 읽을 수 없어
숨죽여 읽어도
그러나 킥킥 당신.



6.
강을 떠올려본다
쉬지 않고 졸졸 흐르는


잠자지 못하는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강.

과연 흐른다는 건 무언가?



7.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그랬나?
폭우는 아니지만 그랬다고 기억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최승자의 시를... 죽은 자들의 시를
하루종일 읽었던 날이다



8.
술잔의 수위가 낮아진다
파란 병.

어디서나 파는 술
참이슬.
그러나 마시면 마실 수록
이슬이 되진 않지.
붉어지는 꽃
꽃처럼 피지.

이슬을 순간 데킬라라 부른다 착각한다
데킬라.
선인장으로 만든 술
사막의 시간을 견딘 자에게서만 올 수 있는

데킬라



9.
망설이고 놓친다
쓸쓸함과 뒤처짐

기차는 가고
사람은 남아
노래한다

불가해.
무너질 것 같은 순간 앞에서
절망한다
그러나 열망한다
생을



10.
빛과 속도를 경배하는 시대에
내 손은 그늘 아래로
어두운 그늘 속으로 자꾸만 가지를 뻗는다

난 나무

앙상한 빈 가지로 허공의 목덜미를
만지는



11.
모두가 잠든 밤
아니 잠들었다고 믿는 새벽

누웠던 길은 잠을 깬다



12.
옷을 입어야지
촛불을 끄고

느린 산책자가 되어야지

땅이 아닌 하늘을 보며
팽이처럼 돌아야지

흔들림이 멈추면
설 수 없는
팽이



13.
내가 나를 때리며
돌고 돌며 올려다 보아야지

깊은 별

십자가처럼 못박힌
밤하늘

그 먼 곳



14.
눈물
내 눈물은 앞으로
밖으로 흘러가지 못하리

내 마음 깊은 곳으로
자꾸만 흘러들어가리

그리곤
아무도 모르게 피면 되리.
숨죽인 통곡의 꽃으로.



15.

(조)종소리는 왜 멀리까지 울리나?

제 가슴 깊은 곳을 치며 퍼올린
제 스스로 울린 소리니까

그렇게 울리고 싶다



16.
흘러간다
나도
너도
우리도

부재하리라.

더 아프고
더 슬프고
더 뼈아파게 부재하는 순간과 맞딱드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은






10년 전의 썼던 시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썼었지만...

다음 시집을 묶어낸다면 그곳에 갈무리해 두려고 올려봅니다.


'이것은 시가 아닙니다.
 산문도 아닙니다.
 그저 주절거림... 중얼거림입니다.' 라고 오래 전의 비망록에 씌어 있습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당시 내 지극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시입니다.' 라고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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