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短想), 단상(斷想)들 (20)
그냥 흘러가는 것들이 많다. 세상에는 간혹 흘러가는 것들 중에
어떤 것들은 붙잡고만 싶다. 아니 붙들고만 싶다고 느낀다.
느낌은 열망을 낳고 때론 집착을 낳아
아, 붙잡고만 싶다. 나에게도 그런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여러 이름으로 변주되어
내 시선을 붙잡고 욕망의 손아귀에 강한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뺏었다는 착각, 아니 마음을 주었다는 착각이 집요하게
나를 붙잡는 순간부터 자꾸만 부서졌다.
붙잡는 데는 늘 치욕이 따라왔다. 치욕은 늘 기만의 죄의식을 동반했고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나를 부수는 일...
껍질을 깼다는 말이 아니라 순수하게
부정적으로 나를 망가뜨리는 일... 그러다, 결국 주위의 타자들까지 파괴하는 일...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과연 흘러가는 것들을 무심히 들을 수 있는 경지는 어떤 경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