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短想), 단상(斷想)들 (22)

by 이창훈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봉처럼 담긴 쌀밥을 보고

이성복은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처음에 그 구절을 접하고 '밥'이 '치욕'일 수 있는가?하는

잠시의 의문 뒤로

그토록 적절한 비유가 어디 있을까! 하며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때때로 우리는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밥에 먹히곤 한다.

'먹는다'와 '먹힌다'라는 어휘 사이에 존재하는

주체의 능동적 의지냐 주체의 피동적 당함이냐는 긴 간극...


밥이 치욕이 되는 지점은 바로

'밥에 먹히는' 그 곳 혹은 그 시간에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밥에 먹히고 있지 않은가?



신호등.jpg --'나는 밥에 먹히고 있지 않은가?', 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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