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읽는 '나'에 대한 시
- 조병화
결국, 나의 천적은 바로 나였던 거다
한 시인이 인생의 말년에 남긴 단 한 줄의 시.
오래 전 1학년 인문학 수업, 지금 2학년 고전읽기 수업을 할 때면 늘 아이들에게 적게 했었다.
천적이란 단어에 괄호를 치고 떠오르는 단어를 넣어 보도록 했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인간이란 존재의 내면에
과연 평온이 깃들기는 하는가. 라는 의문.
(불가능하겠지만) 타인의 인정이나 사랑이 채워진다 해도
인간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힌다는 생각. 대개
그 괴롭힘의 양상은 불필요한 자기비하나 자기우월, 혹은
근거없이 수행되는 알 수 없는 자책. 등이다.
사십 넘게 살아오면서 간신히 얻은 진실은
나를 살게 하는 나가
나를 죽을만큼 괴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거창한 자의식이라 말하진 않겠다.
한 평생을 살며 간신히 얻을 수 있는
그 냉엄한 진실 앞에서
눈 돌리지 않고 등 돌리지 않고
마주 볼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를 과연 내 내면이 가질 수 있느냐,
과연 내 내면이 품을 수 있느냐.
이게 요즘 나를 파고드는 갈고리 같은 물음이다.
어찌... 용기내어 살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