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만난 용기의 시
-이숙희
세상은 다시 봄
세상을 다시 봄
아무리 춥고 시리고 아파도... 겨울은, 봄이라는 희망의 예감 때문에 견딜 수 있는 한 시절일 겁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다가오는 봄은 정녕 봄이었는지요?
그저 일없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한없이 웅크려 보냈던 겨울,
그 뒤에 오던 습관적인 시간은 아니었던가요?
언제나 시간의 흐름 따라 이 세상엔 다시 봄이 왔었고, 오고, 또 오겠지요. 그렇지만, 어김없이 오는 봄 앞에서 과연 세상을 다시 들여다 보는 그런 지혜의 순간을 나는 가져본 적이 있었나? 하고 뒤돌아 보면...
휴우~ 아프지만 없었네요, 없었습니다.
쾅~ 문을 닫아 걸고 방문을 잠근 채 그저 유리창을 내다보며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자에게 그저 봄은 그 흔한 봄일 뿐. 결코‘다시 봄’은 아니겠지요.
얼어붙은 동토(凍土)의 길을 걷고 걸으며 오래 앓고 아파한 사람, 그 아리고 쓰린 고통의 계절을 꽉 껴안고는 끝끝내 버티고 이겨낸 사람에게만 봄은‘다시 봄’이겠지요. 그 봄은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사랑의 눈을 그 사람에게 주겠지요.
이미 지나간 봄을 생각하며 음미해 보시라고... 여름 가을 지나 선뜻 다가 올 혹한의 겨울에 다시 봄을 꿈꾸어 보시라고... 오래 전 제 비망록에 적어 둔 시를 꺼내 읽어 보았습니다.
두고 두고 보고 또 되새김질해 온 시이건만 아직 저는‘다시 봄’을 맞은 적이 없습니다.
추운 겨울 지나 다시 올 봄날
당신은 꼭 그런 봄을 맞으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