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의 삶의 시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 말고, 도종환 장관 말고, 도종환 국회의원 말고
도종환 선생이라고 쓴다.
나에게는 그랬다.
그가 쓴 시들은 물론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가 쓴 교육 에세이들에 더 마음이 끌렸다.
그가 참교육을 외치며 해직이 되고
고통스러운 해직의 시절을 딛고 다시 복직이 되어
학교로 돌아갔던 일련의 '흔들림'들은 물기어리면서도 단단한 문장으로
그가 쓴 산문들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 문장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학부의 마지막과 대학원의 시절들을 통과했다.
그 문장들에 흔들려 어쩌면
지금의 학교로 가려고 마음 먹었던 것도 같다.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통해 이렇게 일갈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도종환 선생은 이 시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흔들리면서 피어나는 게 삶이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존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면서' 살아 있다.
'흔들리면서' 자신들이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학기 초가 되면 이 시를 칠판에 적어 주면서
아이들에게 베껴쓰기를 시킨 후에
이런 맘을 품은 채 읽어주곤 했다.
'나도 어린 벗 그대들도 한 세상
바람에 흔들리며 비에 젖으며 꿋꿋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