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읽은 삶의 시
-박경원
정직하고 부드러운 빵
아름다운 푸른 곰팡이를 피워내는군
자신이 썩었음을 알려주는군
한 대형마트에서 사온 커다란 빵을
주방의 한 서랍 안에 넣어 두고는 깜빡~ 하는 사이
몇 달이 흐른 적이 있었다.
아이고~ 아까워라~ 탄식을 하며 버리려는 찰나
사 오던 날 그대로 너무도 깨끗한 얼굴로 나를 보는 빵.
태연히 좌정한 채 묵묵부답인 불사(不死)의 몸.
그때 등골을 타고 흐르던 서늘함이란.
속도와 효율을 통한 이윤 추구에 목매는 세상에서
'정직'은... '부드러운' 곡선은
낯선 말이다. 수사로만 존재하는 '아름다운' 말이다.
미친 속도에 동참한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방부제가 잔뜩 들어간
깨끗한(?) 먹거리를 손쉽게 꺼내어 돌리고 먹는다.
정직하고 느리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느리고 정직하게 무언가를 손수 만들고
더디게 땀흘리며 어딘가를 향해 발디디는
아름다운 일들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어져 버렸나.
자연의 모든 존재들은
그 생명을 받은 순간을 시작으로
서서히 더디게 땀흘리며 생의 꽃을 피워 내다가
결국은 정직하게 죽어간다.
결국은 썩어간다.
스스로가 썩어가는 존재임을
알려고도 알고 싶지도 않아
온통 방부제를 무슨 소금인양 뿌려대는 세상에서
'자신이 썩었음'을 정직하게 알려주는
존재는 눈부시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