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읽은 사랑의 시
-나태주
이 지푸라기 머리칼을
언제 또 쓰다듬어 주나?
짧은 속눈썹의 이 여자 고요한 눈을
언제 또 들여다보나?
작아서 귀여운 코
조금쯤 위로 들려 올라간 입술
이 지푸라기 머리칼을 가진 여자를
어디 가서 다시 만나나?
내일이면 이 별에서의 삶도 끝일지 모르는
병원의 침상에서
한 늙은 남자가 병간호 하다 슬며시 잠든
아내를 들여다 보고 있다.
자신의 그림자처럼
늘 자신을 말없이 도왔던 여자.
음지에서 자신을 말없이 빛내주던 여자.
그렇게 고생만 하던 여자의 '지푸라기 머리칼'.
남자는 살며시 여자의 머리칼을 매만져 본다.
남자는 그윽히 여자의 '짧은 속눈썹'을 보며
깨어있을 때의 그 '고요한 눈'을 떠올려 본다.
남자는 여자의 '작아서 귀여운 코'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건드려 본다.
남자는 '조금씩 위로 들려 올라간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여자의 피곤한 숨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다.
어쩌면 지순한 사랑은
완성이 아니라 이렇게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이별의 순간을 예감했을 때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해 주거나
무언가를 더 해 줄 수 없는 아픔.
그 아픔으로 떨리는 마음 한 자락.
다행히 남자는 중병을 이기고 병상에서 나와
다시 시를 쓰고
여자의 '고요한 눈'을 들여다 보며 그녀의 '지푸라기 머리칼'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나태주이다.
'풀꽃'이라는... 짧지만 울림이 큰 시가
괜히 전국민이 다 아는 시가 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