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읽은 아픔의 시
-박종국
어머니가 사준
꺼먹 고무신 한 켤레
그 배를 타고
건너지 못할 강은 없다
까맣게 타버린 어머니 속내 말고는.
'고무신'을 신던 시절을 직접 겪진 못했다.
그래도 간간이 어머니나 이모의 '고무신'을 가끔씩 볼 순 있었다.
'고무신'을 모른다고
1연만 본 후 이 시를 외면한다면
당신은 한 편의 아름다운 세계를 저 너머로 던져버린 것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고무신'을 '운동화'로 바꾸어 읽어도 좋다.
물론 원 표현이 주는 처연함은 다소 줄어들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감동은 그리 줄어들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너,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뱃속 출렁이는 양수 속에서 자라
어머니의 자궁을 힘들게 열고
이 세계로 왔다.
맨발로 걷던 천둥벌거숭이 시절을 지나
자신과 세계의 경계에 서는 청춘의 시절에
'어머니가 사준' 사랑의 신발을 신고
자신의 경계를 너머
그 누군가를 만나고
그 어떤 세계와 조우하고 사랑했다.
어머니의 응원과 그 말없는 사랑으로 빚어진
두 척의 배를 타고
두려움과 외로움을 뚫고
불안과 곤경 속에서도
나, 너, 우리는 모두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며 한 시절을 통과했다. 한 세상을 살아냈다.
그러나
그 질풍노도의 청춘의 시절을
어머니의 사랑에 빚져
나, 너, 우리는 모두 무사히 건너왔을지는 몰라도
검게 타들어가던
어머니의 깊은 마음 속을
아마도 그 시절의
나, 너, 우리는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불효의 자식들에게 던지는
그런 철없을 수 밖에 없던 자식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반성문 같은 시.
아픈 시들은 늘 어떤 통증을 주지만
그 통증은 분명 선명한 아름다움을 우리의 마음에 새긴다.
이 시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