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당신도 불안해하고 있었군요.

[ 불안정과 안정사이]


결혼하면 다 괜찮아질거야.

가정을 꾸려야 안정이 돼.


언제쯤 정규직 되는거야?

너도 어서 자리잡아야지.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삶의 질펀한 무게가 아니었다.


갈수록 처지는 볼살,

점점 불어나는 뱃살,

진해지는 눈가의주름,

수직하강하는

체력에 대한 슬픔도 아니었다.


바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그 날 선 시선들이었다.


마치,

나의 이 "불안정함"이

시한폭탄과 같다는듯

위태롭게 바라보는 그 눈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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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이라며

"안정"이란

카드를 내밀곤 했다.


자주 흔들린다는 것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고쳐야 할

중병인 것 처럼,

악습관인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그 날 선 시선들을

쏟아내고 난 뒤,

더욱 쓸쓸해진

당신의 두 눈을 보았을 때,


연민으로 가득찬

충고를 뱉어나고 난 뒤,

보다 무거워진

당신의 두 발걸음을 보았을 때,


그 당신의 눈망울 저편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마주했을 때,


당신의 발걸음 뒤에서

한 없이 발버둥치는

욕망의 그림자를 마주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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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알 것 같았다.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당신도 속으론

불안했었구나.


어쩌면 나보다 더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미완성이기에, 무서움이 없고

가진 것이 없기에, 두려움이 없고

자주 흔들리기에, 씩씩한 나와 달리,


당신은 "안정"속에서

오히려 더 "불안정"할 지도

모르겠구나.


보다 더 "안정된 삶을 위해,

그 "안정"을 지키고

또 잃지않기 위해,


당신의 밤은

나의 밤보다

더 기약없고,


당신의 낮은

나의 낮보다

더 지루했을 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안정"속에서

많이 떨고,

또 울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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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안정"이

생각만큼 "안정"적이지 않듯,


나의 "불안정"도

생각만큼 "불안"하진 않다는 걸.


나의 "불안정"은

당신의 우려만큼

위험하지도,

안타깝지도 않다는 걸.


줄곧 그래왔듯,

나는 "불안정"하고,

또, "불안"할 것이지만,


나의 불완전함이

나의 미완성이

종잡을 수 없음이

나의 부족함과 이 헛점들이


나를

변화시키고

갈수록 성장하게 하고

부단히 달라지게 만드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그것이

나의 서툼을

나의 느림을,

나의 넘어짐을,

시작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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