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 꾸준한 “쓸모없음”에 대하여

[#25. 쓸모 없음과 쓸모 사이]


세상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다.


당신의 쓸모,

감정의 쓸모,

오늘의 쓸모,

그리고 나의 쓸모,


돌이켜보면

나의 삶은

온통 “쓸모 없음”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결과 없는 노력

보상 없는 투자

기약 없는 기다림


이렇게 더 “쓸모 없을 수 없을”

지독한 “쓸모 없음”으로


내 삶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삐딱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문득

이 “쓸모 없음”의 끝에서

한 잎 씩 피어오르는

따뜻한 숨결을 보았을 때,


“쓸모없음”이 쌓인 그 자리 위에서

영원히 끝나버린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 제 입을 여는 것을 보았을 때,


나의 이 하찮은 “쓸모없음”이 모여

누군가의 괜찮은 “쓸모”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풀 죽은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굳어버린 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힘도


받을 사람도 없는 편지를

밤새 끄적이는 일이라던가


다 마신 줄 알면서도

커피잔을 들어 혀에 툭툭 털어 넣는 일이라던가


잊고 지냈던 연인의 통쾌했던 웃음소리를

애써 떠올려보는 일이라던가 하는,


너무나 사소하고, 가볍고, 포근한

“쓸모없음”에 있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쓸모”는

우리가 매순간 갈망하는

대단한 “쓸모”가 아닌,


이렇게 지치지 않는 “쓸모 없음”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쓸모없음”은 “쓸모없음”으로

비로소 “쓸모”있어 지고,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쓸모 없어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내가 나 답게

“쓸모”있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히, 그리고 또 묵묵하게


나의 이 꾸준한 “쓸모없음”이

오늘의 포근한 모자가 되고,

내일의 부드러운 이불이 되고,

누군가의 유연한 몸짓이 되어줄 수 있음을

굳게 믿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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