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다리든 기다리지 않든
저녁은 온다.
마치 다른 길은 찾을 수 없었다는 듯
더이상은 지체할 수 없었다는 듯
그렇게 저녁은
우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온다.
저녁의 두 발은
항상 축축히 젖어있었다.
저녁이 지가가는 자리마다
붉고 또 노란 꽃들이 피었다.
꽃들은 피자 마자 흐드러지더니
이내 사방을 하염없이 물들이곤 했다.
하지만,
낮이 사라지고도,
물든 하늘은 오랫동안 낮의 기억을
보듬어주고 있었다.
빛이 사라지고도,
저녁의 젖은 두 발은 한참동안 빛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떠난 자리에
노을이 춤추고 있었다.
추억이 사라진 자리에
노을이 제 몸 터트려가며 물들고 있었다.
하루가 저물어간다는 것이,
누군가 떠나간다는 것이,
끝을 마주한다는 것이,
마냥 슬퍼할 일 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어쩌면
세상 모든 것들의
뒷모습이
저녁과 같을 것이라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거부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어,
저녁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노을의 단 한번의 붓질을 보기 위해
그토록 수많은 뒷모습들을
마주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분주하고 정신없었던 행복이
제 날개짓을 접고
어디론가 떠나려던 순간에도,
영원할 것만 같았던
당신의 아름다운 춤사위가
시야에서 점점 흐려지는 순간에도,
우리가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었던
이유였을 지 모른다.
그렇게 넘어져 아프고도,
다시 한 번 저녁과 노을의 방문을
기다렸던 이유였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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