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우리는 모두,소나기였다.

[소나기와 장마사이]

살다보면,

눈을 가려도

귀를 막아도

온몸을 던져도

차마 거부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나에게로 걸어왔었던 당신의 발걸음도

자꾸만 다른 먼 곳을 향했었던 내 눈길도

끝내 등을 돌려 떠나야 했던 그날의 우리의 마음도


사실은,

나뭇잎 위에 맺힌

새벽 이슬처럼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고,


밤이 끝나면

동공 속으로 몰려드는 빛처럼,

피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길목 길목에서

지나칠 수 없는 숱한 이정표들을 만났다.


그리고 우린, 그것들을

“소나기” 라고 불렀다.



쏟아지면 그저 받아내야 하고,

그치지 전까진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고,

제 멋대로 내렸다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리는,


돌이켜보면


지난 날 우리의 기억소나기 같았다.


지난 날 우리의 웃음소나기 같았다.


그렇게


이유없이 시작되었다가


이유없이 사라지는 감정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지난 날,


우리 모두는 소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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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 뒤 재지 않고 밀려드는 소나기를

피하는 것 보다,


마치 이 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처럼

와락 쏟아지는 소나기에

노심초사 해야 하는 것 보다,


더욱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지루하디 지루한


장마의 시간을 견디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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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기억과

감정이

머물렀던 자리에

멈추지도 않고

빗물이 계속 고여만 가는 것을,


그것들이 떠나간 자리에

지치지도 않고

주저앉지도 않고

빗방울들이 고스란히 쌓여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아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장마의 시간 속에서

마주앉은 당신과 내가

두 눈을 감은 채,

자꾸 기억나지도 않는 소나기 같은

어제를 떠올리며

빗물과 함께 가라앉아야만 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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