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중국#52 | 알쏭달쏭 궁금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중국이야기]
만화를 보면 먹고 싶고
이삿짐을 나르고 난 뒤 생각나고
외식을 즐기고 싶은 날,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중국요리'.
한식을 제외하고
중국요리만큼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있을까할 정도로
중국요리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대단하다.
특별한 날, 가끔식 즐기는 별미에서
일상속에서 즐기는 편한 식사로 자리매김한
중국요리.
하지만, 우리는 이 중국요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진정 즐겨 찾고
즐겨 먹는 이 중국음식을
과연 중국인들도 많이 먹을까?
혹시 우리가 즐겨먹는 대부분의 중국음식을
정작 중국인들은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
중국인들은 알지도 못하고
먹지도 않지만
'한국인' 머리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중국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전직 음식전문기자 '시인의 정원'이 연구한
'한국인들은 너무나사랑하는'
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모르는',
중국음식들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요리는 바로 자장면일 것이다.
쫄깃쫄깃한 면발 위에
달콤짭짤한 소스가 한가득 뿌려져 나오는
자장면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요리이다.
중국음식점 메뉴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이 '자장면'이란 단어이고
중국음식이란 말에
습관처럼 따라붙는 것
역시 바로 이' 자장면'이다보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중국음식이 곧 자장면이며,
자장면이 중국인들에게
우리의 '김치볶음밥'정도로 친근한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작, 중국에는
우리가 먹는 자장면은 없다.
그리고 설사, 있다하더라도
우리가 김치볶음밥을 먹듯
자장면을 찾지 않는다.
대신, 두반장 비빔국수가 있다.
우리 머릿 속의 자장면은
검정빛깔에 윤택이 좔좔 흐르는
달콤짭짤한 소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중국에는 그런 자장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네이버라 불리는 '바이두'에서
자장면의 중국어 炸酱面을 검색해보라.
우리에게 익숙한 자장면의 사진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중국에는 우리 뇌리 속에 박힌 그 '자장면' 대신
갓 삶아 낸 면발 위에
된장과 비슷한 빚깔의
갈색 콩장을 조금 올려 내 놓는
비빔국수가 있다.
그것이 중국의 자장면이다.
중국의 자장면은
달지 않고 입에 착 감기는 MSG의 맛도 없다.
그저
짜고 구수할 뿐이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자꾸 땡기는 맛'은
한국식 자장면이 월등하다. )
그래서 중국의 자장면엔
한국의 자장면처럼 소스를 한 가득
부어주는 일이 없다.
그렇게 자장소스를 부어 먹었다간
하루 종일 갈증의 지옥에 시달리게 될테니까.
굳이 따지자면
자장면이라기 보다,
자장 비빔국수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일반적으로는
화교에 의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두반장을 베이스로 만든 짭짤한 소스였던 자장면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달고 짭짤해진 것으로 본다.
빛깔 역시도, 카라멜 소스를 넣어
붉은 빛 갈색의 소스가 아닌
검정 자장면 소스를 만든 것.
그럼, 과연 우리의 예상대로
중국인들은 자장면을 우리의 김치볶음밥처럼
즐겨 먹고,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글쎄...이다.
중국에서 자장면 한그릇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2000원 전후이다.
토마토가지볶음, 돼지고기 등의
가정식 요리에 뒤지지 않는 가격이다.
게다가 굳이 자장면이 아니더라도,
국수의 대국 답게 중국은 수십, 수백가지의
다양한 국수 요리들이 발달되어 있으니,
자장면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자체 영양이 그리 높지 않은
장면을 한 끼 식사로 굳이 선택해서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실지로, 필자가 중국에서 유학할 당시에도
면요리 전문점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중국인을
일반 가정식 덮밥을 주문하는 사람만큼
자주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혹시나 중국에 가면 한국보다 더 맛있는
자장면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매우 유감이다.
당신이 찾는 자장면은 중국에는, 없다.
바삭한 튀김옷과
새콤달콤한 소스와의 만남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탕수육 싫어하는 사람 있으랴.
자장면과 더불어
대표 중국음식의 최강자로 불리는 탕수육
과연, 중국에도 '탕수육'이 있을까?
중국사람들도 '탕수육'을 알고, 또 먹고 있을까?
답부터 알려주자면,
중국에 '탕수육'은 없다.
대신, '탕수육'과 비슷하게 생긴 '탕추로우'가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탕수육이라는 단어를 치면,
달다, 엿이란 뜻의 '탕糖'과
물을 뜻하는 '수水',
고기를 이르는 '육肉'
이라는 한자가 표시되며,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녹말을 묻혀 튀긴 것에
초, 간장, 설탕, 야채 따위를 넣고 끓인
녹말 물을 부어만든 중국요리의 하나'라는
사전적 의미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중국요리는
중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탕수육과 같은 조리방법으로
만든, '탕추로우糖醋肉'가 있다.
탕추로우는 탕수육의 물'수' 대신
식초 '초(중국식발음 추)'가 들어간 단어이다.
즉, 달고, 시큼한 소스에 버무린 고기라는 뜻이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새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려 먹는 튀김요리를
'탕수'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지칭하곤 하지만('두부탕수', '버섯탕수'등)
사실, 우리가 '탕수'라고 알고 있는
"파·생강·당근 등을 잘게 썰어 기름에 볶고,
식초·설탕·녹말가루를 넣어 걸쭉하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만들어, 기름에 튀긴 생선 또는 고기에 덮어 먹는 요리 방법"은
'탕수'가 아닌, '탕추'라는 요리방법인 것이다.
우리가 먹는 탕수육의 본래 이름이
탕수육이 아닌 '탕추육'이라는 근거인 이유이다.
하지만 이름만 상이할 뿐,
네이버 사전을 통해 확인한
'탕추'라는 조리 방법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의 '탕수육'과 중국의 '탕추로우'는
식초와 설탕, 그리고 녹말가루를 주축으로 해서
만든다는 동일한 조리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요리의 외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맛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탕추로우를 논외로 치더라도
중국요리법 자체에 '탕추'라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돼지고기튀김이 아닌,
생선튀김요리, 채소튀김요리에도
'탕추'소스를 부어먹는다는 점이
한국과 상이한 점으로 꼽을 수 있다.
대표적 요리가 '탕추위(탕추소스를 부은
생선튀김요리)','탕추체즈(탕추소스에 버무린 가지튀김요리)'등이다.
하지만, 위의 사진에서도 가늠할 수 있듯,
중국의 '탕추로우'는 튀김을 소스에
흠뻑 버무려 내 놓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부먹(소스를 부어먹다)'파,
'찍먹(소스를 찍어서 먹다)파로
나뉘는 일은 없다.
한국의 '탕수육'이 튀김의 '바삭'함을
주요한 맛의 기준으로 꼽는다면
중국의 '탕추로우'는 튀김과 소스의 맛을
최대한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을
맛의 정점으로 꼽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 본다.
국민 중화요리사로 떠오른
이연복 셰프가 매스컴에서 고급 중국요리라고
선보인 멘보샤라고 하는 음식을 기억하는가.
바삭하게 튀긴 식빵 사이에
잘게 다진 새우살이 들어간
중국식 샌드위치라고 알려진 멘보샤.
식빵의 튀김 온도와
새우살의 튀김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불조절이 생명이라고 하는 이 요리는
요리의 난이도 때문인지,
이연복 셰프의 발언 때문인지는 몰라도
쉽게 맛볼 수 없는 고급요리라는 소문이 퍼지며
많은 미식가들의 지갑을 열게 하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이 멘보샤라는 음식은
요리하기 까다롭고 쉽게 맛 볼수 없는
고급요리로 통할까?
두산백과 사전에 따르면
한국에서 '멘보샤'라고 통하는
새우식빵튀김요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빵 사이에 다진 새우살을 넣고 튀긴 것'이라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고급요리가 아닌,
'중국 가정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요리'란다.
분명, 많은 요리 프로그램에서
멘보샤를 고난이도의 음식이라고 소개했건만,
'중국 가정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요리' 라니?
중국인들은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진짜
모두가 셰프 수준의 요리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까?
중국의 네이버에서 '멘보샤'의 중국이름
面包虾를 검색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멘보샤의
식빵 튀김 비쥬얼이 아닌
일본음식점에서 자주 접했던
'식빵가루 옷을 입힌 새우 튀김요리'들 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멘보샤는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멘보샤가 맞을까?
중국의 네이버 '바이두'의 설명에 따르면
멘보샤는 식빵가루를 입혀 튀긴 새우요리이며,
일반 가정에서 즐겨 먹는
가정식의 일종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비주얼의
멘보샤는 없고,
새우튀김으로 익숙한 비주얼의 멘보샤만
중국에 있는 셈이다.
빵가루를 입힌 새우 튀김요리이니,
멘보샤의 이름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멘보샤라고 불리는 음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급 스킬이 필요한 요리가 아닌,
빵과 새우, 그리고 기름만 있으면
간편하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새우튀김 요리라는 것.
심지어
중국의 네이버 '바이두'에서 멘보샤를
검색해보면
튀긴 빵 위에 새우를 올려서 먹는 요리 또한
관련 사진에 등장하는데,
이런 멘보샤가
더욱 가정식 멘보샤에
가깝지 않겠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과 중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자의 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중국에도 한국처럼
북경반점이라는 음식점이 있어요?
경화루, 황해루 같은 이름의
짜장면 짬뽕집이 있어요?
이다.
한국의 많은 수의 중국 음식점들이
00반점, 00루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탓에
유사한 이름의 음식점들이
중국에도 많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00반점도, 00루라는 음식점도 없다.
북경반점이 있긴 있지만,
중국의 북경반점은
음식점이 아니라
베이징에 위치한 고급 호텔의 이름이다.
우리에겐 중국집 이름으로 익숙한
반점(판디엔饭店)이
사실, 중국어로는
"호텔"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일반 음식점들은
00반점,00루 대신
집이란 뜻의'家(가)'를 많이 사용한다.
'아무개의 집00之家',
'농부의 아지트农家00'
등 처럼 말이다.
그러니, 중국을 방문한 지금 중국 독자들이여
饭店반점이라는 말에 속지말고,
가家라는 단어를 놓치지 말기를.!
반점에서는 잠을 잘 수 있고
집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를!
글쓴이:시인의 정원(시인 방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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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흔들리는 당신에게" 번역 및 출간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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