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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Mar 05. 2018

드라마를 보면 중국이 보인다(2)-중국판82년생 김지영

[지금,중국#15. 알쏭달쏭 궁금하고 신기한 재미있는 중국이야기]

한국과는 조금 다른,  

중국식 미투고백을 일으켰던   

신드롬의 주인공 드라마 "내 인생의 전반부".    



사진1 : 중국식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 "내 인생의 전반부"



이 드라마의 내용은 흡사   

2017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리게 한다.     


<82년생 김지영>이   

기혼여성이사회에서 살아가며 겪는   

한국사회의

각종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면,    


<내 인생의 전반부>는  

중국여성이 사회적 평등을 얻어내기 위해  

이뤄야하는 경제적 독립을 그린 드라마이자,  


이혼여성이 사회에서 재기하기 위해   

치뤄야하는 각종 사회적 통과의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는  

우리사회나 중국사회나  

오래전부터 사회 저변에서 터져나왔으나,    


실제로 "젠더"로서의 여성이  

유독 그들에게만 엄격하게 주어지는 잣대와  

냉혹한 눈초리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은, 저번시간에 이어

 <내 인생의 전반부>의 등장인물들의

명대사들을 통해 중국사회가 바라보는

"여성",그들의 결혼관,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회의 시선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1. 여성이여, 사랑을 논하기 전에, 존엄을 이야기하라. (허한贺涵)



사진2: 남자 주인공 허한은 비록, 자신의 전 여자친구의 단짝과 사랑에 빠지고 말지만, 그가 여자주인공 뤄즈한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동시대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여성은 반드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해, 그렇지 않으면 당신 주변의 남성들은 구시대처럼 일부다처제를 하려고 할거야. 너가 남자를 즐겁게 해주면 남자는 그 댓가를 너에게 주겠지. 이러한 복종관계가 굳어진 관계에서 감정과 사랑따위를 논할 수 있겠니? 나는 네가 네 스스로의 직업을 갖기를 바라. 돈을 얼마나 벌든 그것이 많든 적든, 상관없어. 어쨌든, 네가 벌어오는 것은 너의 존엄성일거야.
 

"女人必须具备自力更生的能力,否则就只能让身边的男人像古代一样三妻四妾了,因为那年代的你取悦了人家,人家赏给你的。这种依附关系一旦建立了,你还谈什么情感平等。我鼓励你去找一份工作,不管钱多钱少,你赚回来的是一份尊严."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허한은

여자주인공 뤄즈쥔의 단짝친구 탕징의 남자친구이다.

이후, 탕징과 허한의 사이가 틀어지며 소원해지자 

허한은 뤄즈쥔의 재기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이를 계기로 둘은 가까워져 연인사이로 발전한다.

(다소 막장드라마요소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 인생의 전반부"를 살아가는 주인공 뤄즈쥔은

감정적이고, 의존적이고, 자립심이 떨어지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외도한 남편에 의해 처참히 버려지고

극도의 우울과 상실감에 빠져있던 그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허한은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학습시키면서 그녀에게 다시 "존업"해지기를 권한다.



사진3 : 허한은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탕징에게서 "변하지 않는 굳건함"을 보고, 뤄즈한에게서 "갈수록 굳건해지는 생명력"을 본다.


나는 네가 네 스스로의 직업을 갖기를 바라.
돈을 얼마나 벌든 그것이 많든 적든,
상관없어.
어쨌든, 네가 벌어오는 것은
너의 존엄성일거야.




여기서 말하는 존엄성은

즉,  여성의 인권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권", 그리고 "경제적 독립"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중국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때문이다.


중국역사상 가장 뼈아픈 사건으로 기억되는

**모택동의 문화대혁명(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된 

극사회주의 운동. 전근대적인 문화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이 기간동안 정부는,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부족한 노동력의 보충이 시급해지자,

여성의 노동력을

사회에 유입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오랫동안 남성과 평등한 위치를

누리지 못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위치로 묘사하고, 

심지어는 여성의 능력을 남성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사회적 책략을

쓴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중국사회에서 여성은

"경제적"독립으로

비로소 "인권회복"을 한

사회적계층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다.  

  

결혼이라는게 뭔데? 인생이 쉽지 않을 때, 함께 노를 저어갈 짝을 구하는 것 아니야? 넌 이미 어리지 않아, 네 미모로 들이밀어 인생의 노를 저을 시기는 지났어. 상대가 너를 찾았을 땐, 네 손에 노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려는 거야.


结婚是为什么?不就是人生不易,要找一个队友同舟共济么。你已经不年轻了,不能再靠刷脸去坐人生的摆渡船了。人家找到你,是要看一看你手里有没有拿船桨的。  



그래서 더더욱 "전업주부"로 살다 이혼을 당한

주인공 뤄즈진에게

"결혼"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요구하고,

스스로 "경제적 독립"을 하고

여성으로서의 "존엄을 찾으라"는

남자 주인공 허한의 가르침은


단순히 뤄즈쥔의 연인의  지지와 격려로

여겨짐과 동시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내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졌는 지 모른다.


이는 전국민적인 지지와 사랑을 등에 업고

남자주인공 허한을 단숨에 "국민남친" 그리고

대륙의 스타로 발돋움 시킬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2. 사랑을 믿지 않아, 나는 내 자신만 믿지. (탕징唐晶)



사진4 :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을 추구하던 탕징 역시 자신의 오랜 연인인 허한의 배신으로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내 자신의 성공으로 복수하고자 마음먹는다.



사랑은 너무나 쉽게 변하고, 결혼은 너무나 쉽게 깨져, 그래서 나는 어떻게해서든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좇을거야. 

"爱情易逝,婚姻易碎,所以我日夜兼程追求物质和精神的独立。" 
결혼과 출산은 마치 남자가 여자를 속여 먹게 한 독사과와 같아. 
처음엔 달다가 나중엔 독이 퍼져 죽게 되지.

 " 结婚生子好像是男人骗女人吃下的毒苹果,从初尝甜蜜到几近毒发身亡."
그 어떤 사람도 너의 평생의 대피소가 되어줄 순 없어, 오로지 네 자신만이 너의 최후의 은신처가 되어줄거야. 그곳은 아무리 허물어져도, 아무리 오래되어도, 아무리 보잘 것없어도 적어도 다른 사람한테 신세지는 것보다야 나을테니까.

"没有任何人会成为你以为的今生今世的避风港,只有你自己才是自己最后的庇护所,再破败,再简陋,也好过寄人篱."


뤄즈진의 단짝 친구 탕징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이 가져다 줄 동화같은 세계를 믿고

어린나이에 결혼을 선택한 뤄즈진과 달리

그녀는 사업상의 성공을 쫓아 분투하고 있다.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랑은 너무 쉽게 변하고, 

결혼은 너무 쉽게 깨져버리는 "

허상과 같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그러한 사랑과 결혼에 대항할 자신만의 무기,

 즉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얻고자 한다.


특히,

"결혼과 출산은 마치 남자가 여자를 속여 먹게 한 독사과와 같아. 

처음엔 달다가 나중엔 독이 퍼져 죽게 되지. "라는 표현은,


현재를 살아가는 중국사회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함과 동시에

욺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와 희생의 깊이가

얼마나 크고 고통스러운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 어떤 사람도 너의 평생의 대피소가 되어줄 순 없어,
오로지 네 자신만이
너의 최후의 은신처가 되어줄거야.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치와 커리어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동시대 여성들은

지속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불합리성속에


더이상 예전처럼,

결혼과 출산이 그들의 바람막이와

은신처가 되어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사진5: 10년전 출간된 소설이 돌연 드라마로 재구성되어 사회이슈가 된 것이 흥미롭다. 그만큼 여성에 관한 스토리는 우리에게 풀지못한 숙제 같은 것이었으리라.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2007년도에 출판된

소설을 원작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사회 저변에 자리잡고 있던

여성인권에 대한 자각의 목소리,

그리고 인권신장을 위한 행동의 목소리를

사회 밖으로 "미투"시켜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내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대피소이자 은신처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우쳐주는 위의 명대사는 그러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반추해주는 대목이다.

 

*오늘의 지금 중국어



여자는 강해져야해.
 女人要自强 
뉘런야오쯔치앙
[nǚrén] [yào] [zìqiǎng]




*본 칼럼은 저작권 보호를 받습니다. 

관심과 사랑은 소중한 댓글과 출처를 밝힌 공유로 부탁드립니다.


E.MAIL : poetgarden@naver.com 

(어떤 질문과 관심도 좋습니다. 댓글이나 이메일로 남겨주세요.) 


* 다음시간엔 이어 한류의 주역 "뷰티"에 대한 중국인들의 속마음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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