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다고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

#14. 물고기와 헤엄사이

위태롭다고 사랑을 포기하지말라.


파도가 무섭다고

물살이 거세다고

물고기가 헤엄을 포기하는 법은 없듯이.


그저 바람이 거세다고,

비가 쏟아진다고 해서

탐험가가 항해를 그만두는 일이 없듯이.




높은 파도를 만나면 잠시 몸을 낮추고

거센 바람을 만나면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그저

온몸을 온전히 물 위에 띄우면 된다

온몸을 온전히 바람에 맡기면 된다.


그렇게

파도와 바람의 상처들을

거부하거나 뿌리치지 않고,


내 모든 세포들로

담담히 물의 기억과

바람의 발자국을 끌어안는 것이다.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길도 그랬다.


당신을 향해 뛰어가던 밤도 그랬다.



뛸 수 없을 땐, 조용히 걸었다.


걸을 수 없을 땐, 앉아 반나절을 쉬었다.


그러다 무작정 달리고 싶을 땐

당신의 두 손을 꼭 잡고서

쉴 새 없이 달리곤 했다.


온 몸으로 햇살을 맞았다.


온 마음으로 따뜻함을 감싸쥐었다.



언젠가는

더는 우리 앞에 해가 뜨지 않을지 모른다는

더는 우리 마음의 온도가 오르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 눈을 감고

끝 없는 바다를 홀로 가로지르고 있는

물고기 한마리를 떠올리곤 했다.


물고기의 용감한 두 눈과


단단한 지느러미와


지치지 않는 꼬리를 떠올렸다.


그러고나면,


마법처럼,


파도가 두렵지 않았다.


바람이 무서워 지지 않았다.


그러니,


위태롭다고 사랑을 포기하지말라.


물고기에게 높은파도와 거센바람이

곧 헤엄의 일부이며,

꿈의 일부이며,

생존의 일부이듯이,


어두워보인다고 가던 발길을 쉽게

돌리지 말라.


항해가 고되다고 해서

탐험가가

제 목적지를 변경하지 않듯이.


살점을 다 빼앗기고

접시 위에 덩그라니

가시만 남은 채로 누워있는 물고기도

그 가시의 위태로움이 무서워

바다를 떠난적은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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