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지(無知)와 미지(未知) 사이
그냥 쳐다보기만 해서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 있었다.
그 속에 들어가 사방을 둘러보고
헤엄쳐봐도
도무지 정체성을 알 수 없었던 세계.
한때 그런 “당신”을 사랑한 적 있었다.
바다라고 생각했던 그 곳이 사실은,
제 경계 단단히 머금고 있는
호수였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
당신을 놓아버리고서
한참을 뚜벅뚜벅 걸어간 이후였다.
이렇게 열심히 헤엄치다 보면
언젠간 내 피곤한 두 다리를
편안히 내려 놓을 수 있을지 몰라,라고
여겼던 당신이
사실은 끝도
시작도 없는 바다였다는 것,
제 생일과 기일마저 버려버린
물의 고아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망연자실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당신을 향해 반복되는
추측과 어긋남,
기대와 절망의 순환고리의 끝에서,
나는 떠밀리듯 하나의 질문에 봉착했다.
당신은 과연 나의 무지(無知)가 가져온 실패작인가,
아니면 나의 미지(未知)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인가.
사진 : 중국 항주에 위치한 서호. 그 넓이와 깊이가 바다를 연상케 한다.
중국 항주에는 서호라는 호수가 있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는 파문,
떨어진 나뭇잎을 한 곳으로 모아
제 몸의 무늬를 만드는 모습은
여느 호수와 꽤나 닮아있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아득한 수면의 주름은
숙련된 사공의 노 조차 종종 길을 잃게 만든다.
그렇게 서호는 호수와 바다,
혹은 그 어떤 다른 이름으로도
정확히 제 자신을 명명할 수 없는
비극적 숙명 속에서 제 이름을 찾아 헤매다
잠이 들곤 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과 나도,
서로를 그렇게 평생 오독했거나,
오해해오며 살아왔을지 모른다.
각자의 세계 속에서 영원히 상대를 향한
‘무지(無知)’와 ‘미지(未知)’ 사이를 떠도는 존재,
우리는 서로에게 그저
“그러한” 존재였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가진 적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단 한번도 함부로 바다인 적도,
스스로 바다이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는 걸,
언젠간 이렇게 애초에 서로에게 주어진
관계의 부등식을 받아들이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조금,
꽤나 오래 슬플 만큼의 가능성으로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세계를 알 지 못한 채
각자의 평행선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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