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마주했던 것은 “문제”가 아니었을지 몰라

#2. | 문제와 난제사이

한 때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문제투성이”라고 생각했다.

너와 어색해진 것도,

너와 서먹해 진 이유도,

너와 멀어진 계기도,

너와 갈라선 원인도 전부

이 “문제투성이” 때문이라 탓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또 어떻게 얽히고 설켜있는지

그 시작과 끝이 보이지도,

알 수 도 없을 만큼 복잡한 문제의 복합체가

우리의 발걸음을 자주 어긋나게 하는 것이라

원망하곤 했었다.

하지만, 가을날 우연히,

쉬지 않고 제 몸을 비워내고 있는

단풍나무를 보았을 때,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꿋꿋이

제 자신을 버텨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 어떤 미련도 없이,

과감히 자신의 잎들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가을 나무를 마주했을 때,


나의 이런 믿음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틈 사이로 난데 없는 질문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너는 저 마음 한 번 제대로 들여다 본 적 있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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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란 단지

바람에 힘없이 “떨어지는 것”이라 여겼던 나는,

낙엽은 필요를 상실한 채

“쌓여가는”것이라 치부하곤 했었던 나는,


그저 네가 불어오는 바람에

너무나 허탈하게 네 잎들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갈수록 네가 너무나 쉽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버리고 갈수록

평범해지고 약해진다 생각했었지.


그렇게 앙상히 가지만 남은 채

재미가 사라진 너를,

지루하고 볼품없다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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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나는, 세찬 바람에 흩어져 있던 것이,
땅에 떨어져 하나 둘 쌓이고 있었던 것이,

나와 함께 하는 내내

꿋꿋이 참아왔던 눈물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네가 단풍을 잃고 낙엽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니라,

비록 이토록 춥고 힘들지라도,

나를 바라보는 “너의 온도”가

그토록 차가워 아플지라도,

봄과 함께 찾아 올 따뜻함을 기대하며,

네가 그 시간을 묵묵히 버터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너는 그 순간에도

나를 향해 이 지루한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변(變)하고,

변(辨)하고 있었음을,

나는 까마득히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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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마주했던 것은

처음부터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는

더더욱 아니었을 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지 모르는,

예상보다 빨리 해결될 수도 있을 법한 끝말잇기를

너무 쉽게 포기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문제”도 아니었을 우리를

“난제”로 만들어버린 것은,

나에게 너의 변화를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어서도,

나에게 너의 변화를 받아들일만한 여유가 없어서도

아니었을 지 모른다.


그런 너의 변화를,

너의 마음을,

너의 눈물을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의 문제였을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에겐 애초부터

문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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