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2

2

by 김병호

“어떻게 알았냐고요? 대답하지 않으면 다시는 엄마와 집 밖 연결은 하지 않을 거야.”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용의자들이 뭔가 중요한 사실을 털어놓을 때 쓰는 말투에 엄마의 목소리가 실렸다.

“얘, 그렇게 소리 안 질러도 다 들려. 조용히 얘기해. 그런데 내가 이렇게 몸이 없어지니까 느끼고 알게 되는 게 여러 가지가 있다. 너만 시간 내면 다 얘기해 줄게. 중요한 일이야, 이거. 그중 하나가 네트워크를 사용할 줄 알게 되더라. 얘, 너도 알지만 내가 뭐 그런 거 알고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휴대폰이나 만지면서 살았지, 기계니 네트워크니 이런 거 이름도 모르고 살았잖아. 그런데 몸이 없어지고 내 머리하고 외부하고 전자적으로 연결되니까 이것저것 알게 되는 거야. 많은 정보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훅 다가와. 신기하더라. 그리고 재미있어. 그래서 얘긴데, 네가 연결을 끊어 버리니까 내 속은 얼마나 답답했겠니? 집에서 혼자 뭐 해. 이리저리 길을 찾았지. 그러다 보니까 네가 여자 만난다고 한 식당 CCTV가 떠오르지 뭐니. 이모가 얘기해 줬잖아, ‘다향’이라고. 간신히 그리 타고 들어가 영상을 좀 봤지. 그게 다야.”

경수는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엄마가 집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타고 나가서 CCTV 영상을 해킹했다고?”

“아니 해킹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그냥 좀 본 거야. 별로 어렵지도 않던데, 얘는.”

엄마가 OBS(Only Brain Survive) 수술을 받은 때는 한 달 전이다. 이것은 수술이라고 할 것도 없는 시술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몸에서 뇌만 들어내어 뇌에 산소와 에너지 물질을 공급하는 액체 그릇에 담은 일이었다. 물론 이 용기는 뇌의 기능별 부위마다 소통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노드들이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어 살아 있는 뇌가 외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또 나름의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여기저기에 달린 카메라나 휴대폰의 영상과 연결되면 뇌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시각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눈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은 볼 수 없는 빛도 느낄 수 있으며 더 많은 귀와 더 넓은 범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음성 변환기와의 연결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말로 전달할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살아있는 사람과 다를 게 없었다.

반면 숨 쉬는 육체에서 얻는 느낌과 정보들은 사라졌다. 음식을 씹으며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사라졌으며 달릴 때 턱밑까지 벅차오르는 호흡을 빼앗겼고 사랑하는 사람의 간지러운 손끝을 다시는 느낄 수 없었다. 달리 말하자면 죽음 앞에서 육체를 포기하고 정신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참, 그리고 네가 어떤 일 하는지도 이제 알아냈다. 정보분석수사관, 그거 별로 어렵지도 않더만. 살아 있을 때는 내가 왜 몰랐을까? 한마디로 하면 돌아다니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수사하는 경찰이더라고. 실적도 꽤 괜찮던데? 좋아. 우리 아들 직업 잘 잡았어. 밖에서 총 쏘고 뛰어다니고 그런 위험한 상황 겪지도 않고 데이터나 뒤지면서 좋은 의자에 앉아서 일하잖아.”

“엄마는 지금 죽지 않았어. 다만 몸이 없는 거지.”

“그게 죽은 거 아니니? 몸이 아프지 않아서 좋긴 한데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 있는 건지 모르겠어.”

순간순간 엄마는 착각했고 또 그러다가 금방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빨리 바로잡아야 했다.

“네 맘 알어, 얘. 그런데 기분이 이상해. 살아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죽은 거 아니니? 그런데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도 않아. 그냥 괜찮아. 네가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돼.”

시간은 1시를 넘고 있었다. 사건이 터졌다. 웬만한 사건이라면 집에서 조사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생전 처음, 아니 인간의 이성이 작동한 이래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아침 일찍 사무실 회의가 잡혀 있었다. 자야 했다. 경수가 몸을 일으키자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엄마를 관리하는 홈 시스템은 이상 없죠? 멀리 있는 음식점까지 해킹할 정도면 우리 집 환경 시스템 확인하는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네요. 나 먼저 자요.”

“그래, 잘 자라! 근데 오늘 그 사건 네가 맡았지? 그 이상한 사건 말이야. 연구소 건물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며? 그 건물, 나를 시술한 OBS 거라며? 뭐니,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고! 정말 귀신이 있나 보다 얘, 아니 정말 귀신도 곡하겠어. 그나저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그 일을 우리 아들이 맡다니. 그래, 이제 나도 같이 알아봐야겠다, 얘. 맞아, 아들을 위해서 나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어. 그래.”

경수는 베개로 귀를 틀어막고는 소리쳤다.

“내가 맡은 게 아니라 우리 팀 전체가 맡은 일이고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항이 하나도 없는 사건이니까 인터넷 어디든 절대 기록 남기지 마시고요. 이제 잠 좀 잘게요. 그리고 제발, 엄마는 나서지 말아 주세요.”

잠들기 전 경수는 엄마의 이런 변화를 담당 OBS 연구원인 닥터 박에게 알려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자신도 모르게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전 02화배꼽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