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위선자

by 문창승

장미의 가시인 줄 알았던

날카로운 말들은

그저 찌르고 이기기 위한

칼과 창이었고


빼어난 통찰이라 여겼던

번뜩이는 눈빛은

무관심과 무지로 바투 엮은

지레짐작의 그물이었다.


날 끝에 맺힌 방울이

검붉음 대신 투명함의 옷을 걸쳤다 해서

안심할 것 없다,

잠시면 그칠 피보다

영영 고여 썩을 눈물이 더 무서운 법이니


숨통마저 옥죄여

살갗에 아로새겨진 격자무늬의 상처에

너는 주저앉아 흐느낀다,

단 한 번의 이해도 와 닿지 않았던

서늘한 그늘 아래서


차디찬 무기를 내려놓고

권력의 시선마저 거둔 채

폭력과 오해의 위선자는

터덜터덜 시간의 숲을 향해


불길과 파도와 폭풍과 덤불과 늪과 악취의 천국은

뱃가죽을 찢어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

가시 없이 빛날 장미이자

사랑과 이해의 눈동자가 싹트고 피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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