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지막 크리스마스

by 문창승

추운 밤 비행에 새빨개진 코를

이쁘다며 좋아하는 이들의 야속한 환호는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가슴이 미어터지는 까닭은 그저

영감님의 음성이 부서질 듯하다는

애달픈 사실 하나입니다


그의 싱그럽고 강건한 육체가 여전히

눈앞에 향기로이 아른거리건만

지금은 오로지 잿빛의 가지일 뿐입니다


자... 가자... 얘들아


힘겹게 새어 나오는 그의 한마디에

태연한 척 다리를 움직입니다


울음을 참느라 오늘은

조금 더 코가 빨개질 예정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들숨 하나가 모자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