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질

by 문창승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을 쥐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아직 닦이지 않은 길을 걷는다.


무지갯빛 꽃잎이 손끝을 간지럽히고

아이는 수많은 입으로 꺄르르, 하며

만 갈래의 길에 발자국을 남긴다.


이틀간 붉었다가 일 년간 푸르고

흑발의 소녀가 벽안의 영감이 되고

정상을 향한 오르막은 요동치며 평평해진다.


영글지 않은 혼돈의 충만함이

고요하게 깨지고 터질 듯한 와중에

지나던 이의 언명은 무엇을 정하는가


저 꽃은 결국 흐드러질,

저 아이는 결국 해맑게 웃을,

저 길은 결국 낙원을 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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