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by 문창승

그대는 나의 실패다


그대는

극장 안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내게 이러니저러니 말을 건넸던 이에게조차

결국엔 관심을 주지 않았던

내 무심함의 실패다


그대는

거울 속의 나 자신과

생명의 끈으로 묶인 내 가족들에게만

진심의 머무름을 허락하려 했던

내 낯가림의 실패다


그대는

오로지 필요로 되는 사물들과

수치스럽고 당당한 나의 몸에게만

살끼리의 맞닿음을 계속하려 했던

내 손길의 실패다


그대는

숨이 막히도록 편안하게

가득 찬 곳에서조차 공허하게

자의라 자위하며 타의의 고독에서 실패하려 했던

내 실패의 실패다


그대를 향한 나의 야속한 명명이

나의 모든 성공을 앗아가려는 시간에게서

그대를 지켜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