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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Jun 02. 2024

빈 곳

옅은 흔적이다     


긴 세월 동행이 무색하게

퍽 말끔히도 사라진 그를

무엇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     


남은 건 얇디얇은

내 안에서만 물결치는

투명한 몇 겹의 과거들     


함께하던 몸짓과 안식은

이제 땅의 호흡이 되고     


켜켜이 쌓아온 속삭임은

하나둘 스러져

바람의 끝자락이 된다     


그립다는 시선을

어디로 줄지 몰라

낯선 건물만 바라보는 고개     


잠들어 있던 외로움을 꺼내

내일을 향해 툭 펼쳐보니

제법 질기고 마른 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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