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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Jul 19. 2021

마법사의 환상

미친 듯 날뛰는 신경계의 찬란

세계는 고주파의 우주로 뭉그러져

귀에겐 퇴화의 길만 남은 채

들리는 건 그저 몽롱한 프리즘     


호숫가의 잔물결이 조각내는

자애의 파편이 무수히 녹아드는 대기

온몸에 열기를 덧입고도

피부가 끈덕지게 뿜어내는 오아시스     


벚꽃잎이 자랑하는 연분홍 환희는

흐릿한 배경으로 바래고

그 흔한 미소는 수십 개의 다이아로

거듭나는 황홀한 전복     


찰나는 백 년간 떨어지는 방울로

한나절은 쫓겨 달아나는 빛으로

한껏 거칠어진 시간의 일탈 속

부서지기 급급한 도취의 온실     


밀실의 자장가에 취해

신발은 썩고 옷은 해어진 덩어리가

심해와 천공으로 쏘아 날아가는

신비함 가득히 편안한 발맞춤     




시들며 꺼져버린 환상 밑

다시 홀로 남은 마법사는

금 간 타일 위 걸터앉아 저 어둠 속 무언가를     


깨진 항아리와 바닥난 약물 틈

아프게도 깊게 팬 흠집 혹은 벽화

환상이란 실체가 남기고 간

영영 자리할 잔상     


순간이 심은 영원의 꽃

이토록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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