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창승 Aug 10. 2021

한참 남은 길

출발의 총성이 막 울린 듯

아직 끝없이 펼쳐진 길 위를

무심히 박차며 뛰어나간다     


가쁜 숨보다도 고독에 지쳐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실은 늘 함께였던 그 사람     


그렇다면 얼마든지, 하며

힘내어 발 뻗는 여정 가운데

서늘함 물씬 밴 핏빛 안개     


한참 남은 경로와 평탄한 경사

소풍 온 듯 산뜻한 걸음 딛으려는 찰나

끈질기게 밑창 부여잡고 늘어지는 흙길      


잠시이거나 꿈이거나

어제만 해도 평온히 따스하던 낮은

미친 고흐의 밤처럼 잔뜩 일그러져     


걱정 어린 두려움에 옆을 보니

이미 벌레에 집어삼켜지고 있는 그

어제의 미소는 넋 나간 창백함으로

작가의 이전글 어린 날의 공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