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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Aug 20. 2021

특별한 나날들

이제 다 외운 듯한 멜로디의 알람

몽롱한 몸뚱어리를 습관적으로 일으키고

꿈이 아님을 의식하는 짧은 성찰 후에

긴 밤 성실히 닫혀있던 문을 연다     


식사는 점심으로 미루고

가볍게 흰 우유 한 잔만

간단히 씻고 나와선 귀찮은 선크림까지 덕지덕지

못 볼 꼴은 아닐 정도의 단출한 옷차림으로     


사무실에 도착해 서두르는 척 자리에 앉고는

끈 지 얼마 안 된 듯한 컴퓨터를 다시 깨운다

내가 언제 게을리 누워 굴러다녔냐는 듯

집중과 체력을 쏟다 보면 오전은 금세     


첫 끼니를 그럭저럭 해결하고 돌아오니

나를 기다리는 본격적인 오후의 일과

퇴근 시간은 마치 사랑과 같아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또 오고야 만다


역시나 예상은 적중해 사무실을 나서고

집에 돌아와 나른해지기 전 시작하는 운동

건강해지겠지 하면서도 더 아픈 것만 같은 코미디

저녁 식사로 시작하는 행복한 나태의 시간     


어느 날은 장엄한 SF영화 한 편

때로는 감성적인 음악들에 홀로 젖거나

내면의 손가락질에 못 이기는 척 써 내려가는 글

순식간에 나의 몸은 다시 침대 위에, 영혼은 꿈 위에     


이제 다 외운 듯한 멜로디의 알람

몽롱한 몸뚱어리를 습관적으로 일으키고

꿈이 아님을 의식하는 짧은 성찰 후에

제대로 안 닫혀있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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