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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Oct 22. 2021

금빛 액자

꽃내음과 악취가 공존하고

교향곡과 소음이 한데 뒤섞인

뿌연 안개 가득한 금빛 액자를

어리석은 망상가는 그토록 원했다.     


남의 손에 쥐어져 있는 액자의 자태와

그것이 지닌 영악한 영혼의 조롱으로

망상가는 날로 초췌해져

죽을 듯 숨을 헐떡이고

지독한 고문에 쓰디쓴 꿈만 들이켜다

밤의 칠흑은 지옥의 그것이 되었다.     


몸부림치는 시간 속에서

순수한 갈망과 애정의 강물엔

분노와 파괴의 물결이 솟구치고

액자를 원하면서도 짓밟아 부수고 싶은

욕동의 혼란에 비틀거릴 즈음

마침내 주인의 품으로부터 버려져

눈앞에 덩그러니 놓인 그 기적, 그 재앙     


믿기지 않는 현실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끄트머리 잡고 들어올리는 순간

그 불같은 금속의 열기가 피부에 닿는 찰나

억압의 벽을 부수고 터져나와

꽃잎을 만개하는 찬탄과 혐오

정신은 아득해지고

뒤얽힌 감정의 파랑으로 손아귀의 핏줄이 불거진다.


의식이 돌아온 망상가가 마주한 건

깨진 채 산산조각 난 액자 부스러기

흥건한 핏물에 붉게 상기된 두 손

처참한 자멸에 주저앉은 남자의 무릎

추잡하게 널브러진 망상의 흔적    


끝을 맺었다는 쾌감에 떠오르는 미소와

끝을 맞았다는 절망에 차오르는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     


스스로 작품이 되어버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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