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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Oct 24. 2021

너 그리고 너의

너와 함께 다가온 너의 세계는

나의 세계를 잘근잘근 씹더니

결국엔 모조리 삼켜버린다.     


두 세계 간의

낭만적인 만남도

은연중의 스며듦도

평화로운 결합도

대등한 공존도 모두 아니다.     


너의 세계는

그 무지막지한 기세로

나의 온 하늘과 땅을 들이치고

존재하던 모든 자유와 규칙에

너의 숨결을 내린다.     


이것은 감히 전쟁이라 부르지도 못할

너의 천진난만한 압도이며

나는 멍청한 설탕 인형이 되어

너에게 달콤히 삼켜진다.     


너의 세계 곳곳에

나의 것이었던 태양과 바다가 흩어지고

그렇게 네 안의 빛 그리고 물이 된다.     


죽어서 새로운 낙원에 다다른 나는

너의 풀밭에 앉아 너의 구름을 보며

너의 바람을 쐬다 너의 비에 젖는다.     


이제 남은 것은 그저

너 그리고 너의 세계

그리고 너의 나

오직 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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