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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Feb 26. 2022

밟아본 적 없는 땅

밟아본 적 없는

저 먼 곳 뿌연 땅

꿈결 같은 대지의

굴곡과 질감을 알지 못한다.     


미지라는 혓바닥이

사지를 핥아 묻혀대는

공포 그리고 수치     


이유 모를 저주에 묶여

황무지의 닻이 된 포로는

무능한 망령의 행색으로

제자리만을 유영한다.     


어느 것도 할 수 없는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음을

알 수 없는가.

알 수 있음을 알지 못하는가.     


긴 밤마다 그는

망상의 서사시 속

대양을 건너는 선장이 되다가도     


기나긴 낮마다 그는

먹구름 밖 햇볕과 백사장 향해

곁눈질 한 번 주고 마는 가신이 된다.     


보다 못한 바닷바람

질책하듯 들이치면,     


날아오르는 건

오직 종잇장 한 무더기     


그 초라한 날개 위엔

언젠가 잊을세라 끄적인

자기의 진부한 이름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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