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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Apr 20. 2022

봄날의 해명(解明)

그날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이젠 안 오려나 싶던

아쉬움은 결국 또 찾아왔고

텅 빈 풍광만 담았다며

너는 시무룩했다.     


유난히 빛나던 길

재잘대며 천진하게 낙하하는

꽃잎들 잡아보려

열심히도 휘젓던 두 팔     


소원이 이뤄진단 옛말에

깜박 속은 순진함이 아니었다.

실상 붙잡고자 했던 것은 그저,

등 뒤에서 흩어져만 가는 지금이었다.     


멈추길 바랐던 건

바람과 물결과 타인이었고

멈추지 않길 바랐던 건

너와 나의 심장 박동이었다.     


잠시라도 멎었으면,

하고 찍어낸 사진들 속

우리의 웃음이 없는 까닭은

이토록 은밀하고 자명하다.     


그날의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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