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이젠 안 오려나 싶던
아쉬움은 결국 또 찾아왔고
텅 빈 풍광만 담았다며
너는 시무룩했다.
유난히 빛나던 길
재잘대며 천진하게 낙하하는
꽃잎들 잡아보려
열심히도 휘젓던 두 팔
소원이 이뤄진단 옛말에
깜박 속은 순진함이 아니었다.
실상 붙잡고자 했던 것은 그저,
등 뒤에서 흩어져만 가는 지금이었다.
멈추길 바랐던 건
바람과 물결과 타인이었고
멈추지 않길 바랐던 건
너와 나의 심장 박동이었다.
잠시라도 멎었으면,
하고 찍어낸 사진들 속
우리의 웃음이 없는 까닭은
이토록 은밀하고 자명하다.
그날의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