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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Nov 30. 2022

얼음

늦은 밤 그는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한 컵 가득 담아내던 각진 얼음들

그 넘침에서 떨어져 나온 하나, 나     


보지 못했는지 그대로 사라지는 그와

어두컴컴하게 남은 부엌

그리고 바닥 한구석 고독한 냉기     


나는 왜 출몰하였는가 이곳에

좁다란 미로에서 방황하는 의식은

옴짝달싹 못 하고 녹아내리는 중     


사뿐히 컵에 담긴 이들은

존재를 실현하며 떠나갈 테고

내 온몸은 다만 장판을 적실 뿐이다     


순식간에 흥건해진 발밑

바스라든 육신과 설운 눈물 딛고

한 조각 허무함은 버려질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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