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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Dec 07. 2022

우울증

따스한 방 가운데에 누워있다가도

번쩍이는 번개에 문득 고개 들어보면

어느새 산기슭 깊은 곳 동굴 안이다     


아득하게 높은 밤하늘 스쳐 지나는

한순간 소동에 불과했음에도

내뱉어진 숨은 싸늘한 어둠의 옷을 입는다     


기다렸다며 옥죄는 부정과 무기력은

목 잘린 연인의 새파란 손아귀 되어

두뇌와 심장과 허파를 정성껏 애무하고     


벗어나기 위한 낙하 대신 들이켜는

한 컵의 물 그리고 자그마한 타원(楕圓)들     


스스로 빚은 저주의 동공은 조금 멀어져

뿌옇고 단단한 안개에 가로막히어도

미소 띤 구원의 미래는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회색 둘러싼 메마른 나뭇가지와

발밑 새까만 자갈밭은 여전히 서늘한데

심연도 광명도 없는 흐린 날의 오전     


허연 입술과 벌건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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