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기 Feb 09. 2024

당신이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ep.1)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여러분에게는 좋아하는 시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혹시 좋아하는 시집은 있으신가요?

사실 굳이 시집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는 시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분이 아마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괜찮습니다. 사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으니까요.

저는 대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시의 시옷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전공이 문학이다 보니 싫어도 시를 읽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시는 나랑은 맞지 않네...' 라고 속으로 되뇌면서 억지로 읽던 시집을 덮어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시랑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시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제가 접했던 시들은 죄다 국어 시간에 배웠던 것들 뿐이었는데, 그때 시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시어에 함축된 의미를 찾아야 하고, 시인의 생애를 이해해야 했었습니다. 당시 제게 시는 '학문'에 가까운 것이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최근에 발표되는 현대시를 읽다 보니 어려운 문장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고, 그만 포기해버렸던 겁니다.

여러분, 그런데 시는 '이해'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대학에 진학한 후 싫어하는 시를 직접 써보는 경험을 통해 시를 다시 알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시는 '이해'해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막연하게 생각해보면, 글로 쓰여진 시를 '이해'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선제조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시는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시는 '이해한다'의 방식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감각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각한다'

사실 이 또한 굉장히 난해한 접근방식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문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쉽게 이해해볼까요?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을 하나 떠올려보세요. 없으면 좋아하는 음악이나 사진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좋다'고 인식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상의 구도가 어떻고, 어떤 소재가 사용되었고, 만들어진 시기는 어떻고, 그런 것들이 중요할까요? 물론 깊이있게 이해를 하고 싶을 때는 그런 모든 요소가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분석은 일단 그 작품을 '좋다'고 인식한 다음에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좋다'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을 접했을 때 처음 느끼는 감각, 직관입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혹은 이 작품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충만함을 느끼거나,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 다채로운 감각이 내게 좋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시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보듯, 음악을 듣듯, 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시를 모조리 이해해버리겠어!' 의 방식이 아니라

'뭔지 그냥 한 번 볼까?' 의 방식으로 가볍게, 시 전체를 감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술관에 갔을 때, 처음 보는 작품들을 하나씩 훑어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듯이, 시집을 펼치고 한 편씩 시를 읽어나가시면 되는 겁니다. 모르겠다, 싶은 부분이 나오면 '모르겠는데?' 하고 그냥 넘어가고, 좋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나오면 '오 좋다' 하고 그냥 넘어가도 되고, 왜 좋은지 곱씹으며 잠시 머무르셔도 됩니다. 시에 대한 자유로운 감각. 그것이 시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시를 읽는 일종의 짧은 가이드를 적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겨우 이 글을 읽는다고 없던 시에 대한 흥미가 갑자기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좋은 시를 한 편씩 가져와서 소개하고 세밀하게 감각해보는 글을 쓸 것 같습니다.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당신에게 시가 필요한 이유'를 이어질 글을 통해 좋은 작품들로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시는 인생에 있어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가 있는 인생은 그렇지 않은 인생보다 훨씬 다채롭습니다. 삶에 더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고도 말해볼 수 있겠네요. 그렇기에 저는 '우리에게 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저도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생각합니다.

이어질 글에서 뵙겠습니다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