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빨리 끝나는 폭죽을 샀다.
(서윤후,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민음사, 2016)
여러분께 스무 살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스무 살에 처음 알바를 해봤고, 처음 외국에 나가봤습니다. 첫 여자친구도 스무 살이 되어서야 만났고, 처음 혼자 살게 되기도 했네요. 그래서 제게 스무 살은 여러모로 '처음'의 이미지가 큰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되는 것들이 대개 정신 없고 빠르게 흘러가버리듯 제 스무 살은 아주 빠르게 지나가버렸는데, 그래서인지 저는 서윤후의 시를 처음 만났을 때 조금 아득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우리는 계속 앞으로만 가야 할테니까요.
「스무 살」은 아주 짧은 시입니다. 두 문장도 아니고 겨우 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죠. 하지만 저는 「스무 살」이 다른 길고 장엄한 시들이 가질 수 없는 독특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좋은 시의 기준으로 그 시가 독자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가를 꼽습니다. 왜냐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 안에 시가 그만큼의 공간을 확보했다는 뜻이고, 결국 그만큼 독자를 매료시켰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서윤후라는 시인은 『현대시』라는 지면을 통해 2009년,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등단한 시인입니다. 사실 등단을 하는 것과 시집을 내는 것 사이에는 등단과 비등단 만큰의 거대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등단을 하더라도 자기 시집을 가지지 못한 채 문단에서 멀어지는 시인이 비일비재하니까요. 그런데 서윤후는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등단한 후 2016년 첫 시집인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을 출간하며 성공적으로 데뷔까지 해냅니다. 저는 이런 시인의 배경까지 알고 난 후에 더욱 이 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화려하고 쏜살같은 스무 살을 보냈을 시인이 어떻게 자기 안의 그 많은 감정을 이렇게 짧은 한 문장에 녹여냈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무 살」이 수록된 시집인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이라는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시인이 스무 살에 대해 쓴 문장이 하나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는 합니다.
이 부분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기도 한데, 「스무 살」이 수록된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이라는 시집에는 「스무 살」이라는 동명의 시가 하나 더 존재합니다. 그리고 동명의 시에는 현재 우리가 읽은 「스무 살」의 전문에 해당하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끝나는 폭죽을 샀다.'라는 문장이 시의 일부분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즉, 어느 쪽이 먼저 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시는 한 몸이라는 겁니다.
시간이 되실 때 두 시를 비교해가며 읽어보시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었네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모두 각자가 소중하게 느꼈던 시기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아주 짧지만 우리의 스무 살, 혹은 우리의 소중했던 시기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서윤후의 「스무 살」을 통해 우리가 떠나보낸 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짧은 소개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