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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Aug 06. 2023

그럼에도 나는 쓰네

꿈이 나를 데리고 갑니다.

© mailchimp, 출처 Unsplash

자격증 시험공부를 한 지 2년 됐습니다. 2021년 12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중 순 공부시간은 1, 2차 다 합쳐서 13개월 정도 되긴 합니다만 시간을 떠나서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공부하는 책 이외엔 다른 책을 볼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저도 처음 한동안은 몰랐던 지식들을 채워 넣느라 지금껏 해 왔던 나의 지식들을 내려놓아야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1차 시험 100일을 앞두고 책이 고프고 글이 고파왔습니다. 시험날은 가까워오고 영혼의 허기짐은 극에 달하고... 그 허기짐을 참으며 문제를 푸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는 겁니다.


시를 만나고 어느 날 시를 잘 쓰고 싶어서 시앓이를 처음 한 때가 생각났습니다. - 시 쓰는 일이 너무 힘이 들어 시를 놓으려 한 때 내 목숨이 없는 것 같은 충격에 시를 놓는 일이 시를 쓰는 일 보다 더 아픈 것임을 깨닫고 다시 시를 잡았었는데 그때부터는 내가 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시가 나를 데리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 쓰는 일이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로 바뀌었죠. 그러면서 때론 내가 꿈을 좇는 것이 아니라 꿈이 나를 데리고 간다는 것을 깨달았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시앓이 경험이되살아 나면서 마음이 바빠지는겁니다. 그동안 지인들이 보내온, 쌓아 놓고 읽지 못한 책들과 원고청탁에도 쓰지 못해 못 보낸 메일들...

숙제를 못한 학생처럼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갑자기 올라온 감정을 헤아리며 그날은 공부를 쉬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작업실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책을 읽고 시 한 편을 쓰고 책장 앞에서 빈둥거리며 밤을 보냈죠. 행복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만큼 영혼이 가득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제서야 편안해졌습니다.

마음 치유가 된 것인지...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은 대단합니다. 그날 그 충전으로 시험 보는 날까지 아무 탈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남은 시험이 있음에도 이렇게 글을 씁니다.

공부하다가 뇌가 꽉 찬 것 같은 느낌이며 저는 글을 씁니다. 그러면 진공 된 뇌 속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듯 숨이 쉬어집니다. 그러면 저의 뇌세포가 더 탄력이 생기고 뇌의 공간이 더 넓혀져 그 속으로 다시 지식을 넣을 공간이 풍성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씁니다. 아니, 글이 저를 데리고 갑니다.

그래서 쓰고, 그러니까 쓰고, 그럼에도 쓰고...


그럼 저는 다시 공부하러 갑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꿈이 당신을 데리고 가길 바랍니다.


- 2023.08.06. 일. 정온유(체칠리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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