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행길 새벽바람은 덩달아 설레어 살랑거렸고 인천공항 G카운터 9번 문 안쪽에 일행의인솔자와 먼저 온 일행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처음 계획에 다소 엇나가는 일이 있었지만 일행은 무사히 낯선 시간 속으로 역류하여 들어갔다. 최종 목적지는 중국 텅그리 사막. 일정이 너무 과하다 싶게 빠듯했으며 사막의 날씨 또한 예측할 수 없다고 하니 일행은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첫날 도착하여 여독을 풀어놓은 곳은 중국 황허 강 중류 평원 중앙에 위치한 도시 은촨이었다. 은촨의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일은 작은 재미이기도 했고 그들의 문화를 한꺼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한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시장 아주머니와 상점 곳곳에 걸려 있는 커다란 한국 배우의 사진이 한류가 중국 곳곳에 흘러들어 있음을 실감케 했다.
다음날 일행은 하란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해발고도 2,500m에 있는 서내몽고 최대의 티베트불교사원인 광종사를 둘러보았다. 돌조각 불상들이 내몽골자치구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일행들은 광종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하란산을 등반했다. 기암괴석 협곡을 끼고 올라 울창한 활엽수 속을 통과하고 침엽수가 빼곡한 오솔길을 걷고 이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모우평이라는 해발 2,824m 속에 숨어 있는 넓은 산지초원(山地草原)이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일행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초원 품에 달려가 안겨 몸속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며 하늘의 숨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모우평 초원에서 ⓒ 박현덕 시인
그렇게 한동안 바람이 오장육부를 휘돌아 나가는 동안 일행들은 초원과 하늘이 섞이는 색깔들을 짚어가며 각자의 생각 속에 한 겹씩 포개 놓았다.
사막에서의 일몰은 그 자체가 경건하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빛깔을 침묵으로 맞이하는 시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경건한 일이다.
석양의 사막을 오르는 낙타와 시인들 _ ⓒ 박용덕
말 없는 낙타는 말 없는 시인을 태우고 모래산을 넘어 석양이 물드는 언덕 위에 내려놓고 떠났다. 시인은 떠난 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다만 일몰이 흩어놓은 생각들을 헤아리느라 오랫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을 뿐이다.
사막이 준 선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천아호 리조트에서 우란호 퉁구노얼호까지 2시간가량의 사막 횡단 라이딩과 트래킹은 마치 끈 없이 로울러코스트를 탄 듯 아슬아슬한 고비고비를 넘고 넘는 기막힌 긴장감을 주었다. 워낙 위험한 라이딩이라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텅그리 사막 담수호에서 _ ⓒ 박용덕 / 필자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오아시스(담수호)에서의 수영은 순간순간 기억 속을 헤집어 놓을 굵은 바람 같은 것이어서 기억을 떠 올릴 때마다 유쾌함이 폭발할 것이다.
소원 담은 천등 _ ⓒ 오정숙
숙소에 돌아온 일행들은 저녁 식사 후 각자의 염원을 정성껏 담아 천등을 올렸다. 천등은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모래바람을 이기고 언덕을 넘어 하늘로 올라 하나하나 별이 되어 박혔다.
첩첩 모래산 한가운데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다. 마치 착한 사람 마음에만 보여서 어느 날 사람 마음이 선하지 못하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질 판타지 같은 그런 세상이 말이다. 그곳에서 본 일출이 그랬고 지구는 분명 둥글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결코 높게 서지 않는 빙 두른 모래산이 그랬다. 그래서 일행 중 몇몇은 세상에서 가장 선한 마음으로 정신을 씻고 일출 앞에 섰으며 전날 밤에 올린 소원등에 이어 겸손히 두 손을 모았다. 일출이 풀어놓은 아침노을이 바람에 다 씻기어질 때까지.
텅스리사막 담수호_ⓒ필자
숙소를 나와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중 오아시스가 담아낸 풍광은 자연이 아니면 흉내 낼 수 없는, 사막을 온몸으로 받아 그려낸 물그림자가 한동안 일행들 발길을 머물게 했다. 세상에 없는 감탄사가 이곳에 있었다.
오아시스가 보여 준 감탄을 여전히 품은 채 일행들은 서하왕릉으로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길게 뻗은 고비 사막에 황하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서부만리장성은 토성으로 길게 뻗어 우리 곁에서 함께 달렸다가 다시 멀리 긴 줄기를 뻗으며 달아나기도 했다. 최근 장성보호를 위해 통제하고 있다고 하여 차량 이동 중에 본 것이 못내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착한 서하왕릉. 황토고원을 200여 년 간 호령했던 서하왕국의 유물인 서하왕릉에는 9개의 황제릉과 200여 개의 순장묘가 있다. 모든 묘의 발굴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보존을 위해서 관광객에게는 3호 릉만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릉을 둘러본 후 일행들이 도착한 곳은 다시 은촨 시내에 있는 옥황각이라는 중국 회족전통찻집이다. 일행들 입맛에는 조금 맞지 않은 지 들큰한 맛이 인기가 없었다. 인기 있는 것은 거리 안마사였다. 은촨 거리에는 이발사와 안마사들이 거리로 나와 장사를 하는 광경이 보였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상점을 낼 정도로 생활이 넉넉지 못하기에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했다. 상해와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를 느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기도 했다. 은촨을 출발해 도착한 곳이 바로 상해다. 상해는 중국에서도 부촌에 속한다. 일행들 눈에도 상해의 빌딩은 유난히 높고 하늘에 걸린 구름까지도 고급스러웠다. 거리를 걷는 여자들의 패션도 은촨과 비교해 보면 훨씬 세련됐다. 일행들이 둘러본 곳은 타이캉루(톈즈팡) 테마거리라는 곳으로 우리나라 인사동, 북촌, 서촌과 같은 거리다. 이곳 상해에 거주하는 인구만도 우리나라 인구의 반 정도이며 중국인들의 많은 사람들은 이곳 상해에서 소비를 한다고 하니 중국의 소비가 반은 이곳 상해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가운 건 한인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빌딩 곳곳에 한글 간판을 볼 수 있었고 이곳에서도 한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으나 오지의 나를 찾아 나서듯 마음속 어딘가에서 풀어 나오는 언어들을 한 자 한 자 적어 나가는 일행들 모습이 아름다웠다. 생활이 시처럼 보인 이들 역류동인들이, 시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다르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필자는 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은 점점 젊어질 것이며 아름답게 세월을 받아 내는 저 사막의 오아시스 향현처럼 이들 또한 오래도록 뭉근한 음(音)으로 언어를 풀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