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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Aug 22. 2023

고통스러웠던 민법

의리 있는 민법

시험과목 중에 가장 를 힘들게 했던 과목은 민법과목이었습니다. 분명 한글인데 단어마다 를 걸고 넘어뜨렸습니다. 어디 단어뿐인가요, 판례는 또 어떻고요. 이건 한국어가 아니라 민법나라말입니다.

나름 독서 관련 전문가인데 이 과목을 공부하면서 게 혹시 난독증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A4용지 반 장이 서술어 없이 한 문장으로 쓰인 판결문을 보면서 그 판결문을 작성한 판사의 문장력까지 비판하며 투정을 부리기까지 했었죠. 이런 를 안타깝게 여기고 특수교육까지 시켜가며 이해시킨 교수님이 참 고맙기까지 합니다.




민법을 공부하면서 가장 를 힘들게 한 부분은 미성년자의 행위능력이었습니다.

미성년자가 물건을 부모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팔고 나서도 그 거래를 다시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건 미성년자가 아니라도 당연하죠. 그런데 미성년자의 행위능력은 일반 거래와 다릅니다. 취소했을 때는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쓰고 남은 돈만 돌려주면 됩니다. 여기서 쓰고 남은 돈이란 현존하는 돈으로 유흥비로 다 탕진했으면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학용품이라든가 학원비라든가 유용한 곳에 썼으면 이건 현존하는 돈에 해당되어 남은 돈과 유용하게 쓴 돈을 합하여 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를 가장 오랫동안 힘들게 한 부분입니다.

왜 불량하게 쓴 미성년자는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제대로 쓴 미성년자는 돌려줘야 하는지 말입니다.

이런 고통스러운 고민은 미성년자와 거래한 상대보호법을 배우고 나서 해소가 되었는데요, 그 판결문을 읽는 순간 순전히 내 관점으로 민법을 바라보고 해석하려 했구나 싶어서 저의 무식함을 탓했었습니다.


유흥비로 탕진한 미성년자와 거래한 상대방은 그 부모에게 돌려받을 수 있고 일부 돌려줬던 미성년자는 그걸로 거래가 마무리된다는 겁니다.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요.




하나만 알고, 내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내 생각만 내세우며 산 날이 너무 많았다는 것에 무지함까지 보태져서 민망하기 그지없었던 혼자만의 감추어진 기억입니다.

이런 경험 덕분에 민법이 꼭 필요하게 느껴져서 올해 방송대 법학과를 편입까지 해버렸는데 졸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우여곡절 많은 민법과의 인연은 결국 의리로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렇게 애먹인 과목이 시험에서 를 살렸습니다. 이래저래 민법은 의리 있는 분야라 생각합니다.




1년 만에 들어온 브런치 첫 화면서 반가운 책이 보이길래 무턱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런 책을 찾았었는데 제때 잘 만났습니다.

글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 보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민법을 얼마나 사랑하길래 이런 책을 냈을까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휴머니스트라는 생각을 니다.

서게만 알고 있던 민법이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 짧은 지식체험으로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책이 순한 이들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가 읽히고 저처럼 조금,  아주 조금은 똑똑해지기를 바랍니다.^____^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그 건너까지 안다지요. 그런 민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혜로운 판결, 속 시원한 해결책. 제가 배운 민법은 그랬습니다.


오늘은 도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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