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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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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Oct 19. 2023

순자 씨의 하루 첫,

매일매일 감사해

장어집은 오픈 기운인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많았다.   

   

순자 씨는 아침 식사를 6시에 한다. 그리고 9시쯤 간식을 먹고 12시에 점심을, 3시에 간식, 6시에 저녁, 그리고 밤 9시에 간식을 먹는다. 딸은 순자 씨와 다르게 오후 2시에 한 번 먹는다. 딸은 순자 씨와 외식을 하면 항상 오후 1시로 정한다. 그래서 순자 씨는 오늘도 점심을 1시까지 먹지 않고 기다렸다.


오늘은 딸의 아들이 장어를 쏘겠다고 했다. 손자는 직장 근처에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어서 휴일에만 집에 온다. 오늘이 그날이다. 마침 사위도 쉬는 날이고 하여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식사를 하게 됐다. 순자 씨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음식이든 입에 맛있으면 다 좋다.

장어집 직원은 창가 넓은 자리로 안내했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행길이 나름 보기 좋다. 손자는 순자 씨 옆에 딱 붙어 앉아서 순자 씨를 꼼꼼하게 챙긴다. 순자 씨는 그런 손자가 고맙다. 32년 전 순자 씨 팔보다 작은 아가가 언제 이렇게 자라서 멋진 청년이 됐는지 든든하기만 하다. 순자 씨는 사실 허당끼가 다분한 딸보다 꼼꼼하고 자상한 사위를 더 신뢰한다. 손자가 사위를 꼭 닮아 다행이라고 순자 씨는 생각한다.

오늘도 손자는 순자 씨에게 이것저것 챙기며 먹기 좋게 구운 장어를 한 점 한 점 순자 씨 접시에 놓아준다.      

순자 씨는 젊어 고생한 보답을 나이 들어 받고 사나 보다며 매일이 감사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허리가 아프지만 꼿꼿하게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눈이 좋지 않지만 돋보기를 쓰지 않고도 바느질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흰머리는 있지만 머리숱이 많아서 감사하고, 잇몸이 부실하지만 갈비를 뜯는 데는 지장이 없어 감사하다. 그 외에도 감사한 게 참 많다. 그래서 믿음이 없는 순자 씨지만 새벽 눈 떠서 하는 첫마디는 늘 “감사합니다.”이다. 순자 씨는 이렇게 매일을 “감사합니다.”로 하루를 시작한다.   

   

딸은 순자 씨의 하루가 매일매일 감사로 넘쳐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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