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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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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Nov 08. 2023

매일 새벽 순자 씨를 읽는 딸

엄마는 책 한 권

순자 씨 보다 11살이나 어린 여자가, 그러니까 이제 70살 '밖에' 안 먹을 여자가 폴더폰을 쓰는 순자 씨를 골동품 취급을 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그렇게 그렇게 자랑질이란다. 그래서 딸이 최신형 스마트폰, 딸의 것 보다 훨~~~ 씬 좋은 걸로 사 드렸다.

핸드폰 대리점 총각이 순자 씨에게 핸드폰 엄청 좋은 거라며 케이스도 블링블링 한 걸로 채워 주면서 한 마디 거든다.

"어르신 이 핸드폰 엄청 좋은 거예요. 가셔서 그분  앞에서 팔을 쭉-  펴서 꺼내 보이세요."

순자 씨와 딸은 크게 웃었다. 대리점 직원도 유쾌하게 웃었다.


-  2022. 10. 30.



순자 씨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핸드폰을 끼고 사는지 알겠다. 순자 씨가 최신형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 그렇게 됐기 때문이다.  


순자 씨에게 유튜브는 신세계다. 듣고 싶은 강의나 노래를 척척 끌고 오고 순자 씨가 좋아하는 식물들도 좋아하는 노래와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순자 씨는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 사진 찍기가 취미가 됐다. 딸과 외식할 때는 물론 일상 사사로운 것까지 스마트폰으로 담아 놓는다. 순자 씨의 애착인형과 순자 씨의 취미인 식물들, 아파트 앞 작은 화단, 들꽃... 그리고 캡처도 잘해서 영상을 보다가 예쁜 그림이 나오면 바로바로 캡처를 해 놓는다.

순자 씨 해드폰 갤러리는 정말 풍요롭다.


순자 씨는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 유튜브로 강의 듣고 노래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유튜브 법구경을 들으며 차 한 잔을 하는 시간이 순자 씨는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렇게만 살면 억만장자도 안 부럽다."

순자 씨 말에 순자 씨와 함께 사는 막내딸은 같이 행복하면서도 마음이 짠 했다.

그 말을 들은 딸은 어떡하면 순자 씨가 행복할까 궁리한다.




올해 시험이 끝나고부터 딸은 새벽에 눈뜨자마자 순자 씨에게 간다. 순자 씨는 새벽 2~3시쯤 일어나니까 4시에 일어나는 딸은 일찍이 아니다.

새벽부터 순자 씨와 딸은 티타임을 갖는다.

이번에 둘째 사위가 사 보낸 흑염소즙과 뉴케어를 정성껏 챙겨 먹는다고 했다. 즙과 음료가 담긴 그릇을 두 손으로 감사함으로  모아 잡고.

딸은 오늘도 순자 씨의 몇 페이지를 읽었다. 순자 씨를 읽으면 읽을수록 아프고 가련하고 미안하지만 내색 않고 강직하게 읽어내려 한다. 그게 순자 씨니까.



그나저나

순자 씨는 열 살이나 어린 70살 먹은 어린 여자에게 핸드폰 자랑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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