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일
“트라우마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신경계 안에 남긴 흔적이다.”
_ Peter Levine
돌아보면 나는 꽤 오랜 시간 긴장 속에 머물러 있었다.
마음을 내려놓기보다는 늘 조심했고
편안해지기보다는 견디는 쪽을 택해왔다.
그때의 나에게는 힘을 풀기보다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점점 감각을 줄이는 쪽으로 익숙해졌다.
많이 느끼지 않고,
깊이 반응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조금씩 무디게 만드는 방식으로,,,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쌓이곤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단순히 말을 나눈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감정과 분위기, 보이지 않는 긴장까지 함께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만남에서는 몸이 굳었고,
어떤 날은 이유를 알 수 없이 불편하고 피곤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 몸은 이미
그 모든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와는 다르게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꾸밈없는 태도, 비슷한 결의 느낌,
애쓰지 않아도 이어지는 흐름의 사람들,
그런 사람들 곁에서는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나는 그저 나로 있을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문제가 나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와 맞지 않는 자리 속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은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때
더 나은 모습이 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자연스럽게 맞닿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것만큼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금 예민했던 나도,
쉽게 지치던 나도,
괜히 마음이 흔들리던 순간들까지도
모두 잘못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애써온 방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의 나를 다그치기보다
조용히 이해해 주고 싶다.
다 괜찮다고,
이렇게 살아온 것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그렇게 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